중국의 몬스터 봉제인형인 라부부(Labubu·拉布布) 팬들은 이 인형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라부부 열풍의 주역인 팝마트(泡泡瑪特) 창업자 왕닝(王寧·38)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많은 부(富)를 쌓은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됐다.
중국 베이징(北京)에 본사를 둔 완구업체 팝마트의 주가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250% 이상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이 발표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현재 왕 CEO의 순자산은 275억달러(약 38조2700억원)로 불었다.
팝마트 지분 50% 정도를 갖고 있는 왕 CEO는 연초 대비 약 200억달러 더 부유해졌다. 올해 그의 자산이 3배 이상 증가했다는 뜻이다.
그는 마이클 델, 제프 베이조스, 워런 버핏 같은 내로라하는 억만장자들까지 제치고 현재 블룸버그 순위에서 7명만 제외하면 모든 억만장자보다 더 빠르게 자산을 늘렸다.
왕 CEO는 블룸버그 순위 400위권에서 79위로 껑충 뛰어 현재 순자산 242억달러를 보유한 피터 틸 같은 유명한 억만장자들보다 앞서게 됐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실시간 억만장자 리스트에 따르면 아시아·유럽·미국 전역에서 라부부 인형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그는 지난 6월 처음으로 중국 10대 억만장자 반열로 올라섰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 10번째로 부유한 인물이다.
중국 10대 억만장자 그룹에는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장이밍(張一鳴) 창업자, 생수업체 농푸산취안(農夫山泉)의 중산산 창업자,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공동 창업자 등이 포함돼 있다.
홍콩 출신 아티스트 룽카싱(龍家昇)이 디자인한 라부부 인형은 미국의 팝스타 리한나, 영국의 가수 겸 배우 두아 리파,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 같은 세계적인 유명인들 사이에서 수집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토끼처럼 생긴 라부부 인형은 뾰족한 귀, 울퉁불퉁한 이빨,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매장마다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팝마트가 지난 4월 세 번째 라부부 에디션을 출시하자 영국 런던의 한 매장에서는 인형 개당 13.50파운드(약 2만5000원), 최고 50파운드까지 기꺼이 지불하려는 팬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6월 사람 크기만한 라부부 인형이 베이징 경매에서 무려 108만위안(약 2억1100만원)에 낙찰됐다.
팝마트 주가는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가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며 급등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증가한 139억위안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60억위안 정도로 5배 증가했다.
라부부가 포함된 ‘몬스터 컬렉션’만으로 팝마트는 48억위안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인공지능(AI) 덕에 부를 쌓는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장난감으로 부를 쌓은 왕 CEO의 자산 증가는 그래서 더 주목받고 있다.
올해 대부분의 글로벌 자산 급등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엔비디아의 젠슨 황처럼 AI 붐을 활용한 이들로부터 비롯된 반면 왕 CEO는 완구산업에서 성공해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팝마트는 2020년 12월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당시 주가는 6달러도 안 됐다.
팝마트의 미국예탁주식(ADS)은 미국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끝없는 라부부 수요 속에 도이체방크와 모건스탠리 같은 투자은행들은 팝마트의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도이체방크는 당시 공개한 노트에서 "만화나 장난감 지식재산권이 문화 장벽을 넘어 아시아 문화권뿐 아니라 주류 서구 팝스타와 스포츠 스타들까지 사로잡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평가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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