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잭 그릴리시가 살아났다.
30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턴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2025-20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3라운드를 치른 에버턴이 울버햄턴원더러스에 3-2로 승리했다.
PL 개막전에서 패배했던 에버턴은 이후 PL 2경기와 그 사이에 치른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까지 3연승을 달렸다. 시즌 초반 기세가 좋다.
그릴리시는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애스턴빌라 유소년팀 출신으로 1군까지 올라가 잉글랜드 대표 스타가 된 그릴리시는 지난 2021년 이적료 1억 파운드(약 1,879억 원)로 당시 PL 최고 기록이자 잉글랜드 선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화려하게 맨체스터시티에 입성했다. 2022-2023시즌 3관왕 당시 전술적으로 훌륭한 수행 능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슈퍼스타다운 개인기량과 파괴력은 아니었다. 나중엔 자기관리 논란도 일었고, 결국 올여름 에버턴으로 임대 이적하며 재도약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왼쪽 윙어 자리에서 사실상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한 그릴리시의 진가는 킥오프 단 7분 만에 발휘됐다. 에버턴 선제골 상황에서 헤딩 패스로 도움을 기록했다. 패스가 울버햄턴 페널티 지역 가장자리에서 유려하게 연결될 때부터 그릴리시의 비중이 컸다. 그러다 뒤로 내준 공을 비탈리 미콜렌코가 문전으로 찍어 찼다. 그릴리시가 헤딩으로 연결한 공을 베투가 재차 헤딩으로 밀어 넣었다.
황희찬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전반 33분 에버턴이 다시 앞서갈 때도 그릴리시의 기여가 상당히 컸다. 그릴리시는 일단 골 직전에 직접 날린 위협적인 슛으로 울버햄턴을 흔들었다. 울버햄턴이 재빨리 공격으로 전환하려 했을 때 에버턴이 전방압박을 강하게 걸었는데, 여기 가담한 그릴리시가 공을 직접 빼앗았다. 그리고 패스를 재빨리 돌리더니 키어넌 듀스버리홀의 침투에 딱 맞춰 스루패스를 줬고, 컷백 패스를 받은 베투가 공을 흘리자 은디아예가 마무리했다. 직전 상황, 공을 따내는 수비, 연계 플레이까지 그릴리시가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다.
전반전 1도움을 올리고 다른 한 골에 결정적으로 관여했다. 그리고 슛을 2회 날렸고 그 중 하나는 위협적인 유효슛이었다. 전반전 에버턴이 날린 슛 4개에 모두 기여하면서 팀 공격은 모두 그릴리시에게서 시작하고 또 끝난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후반전에도 활약은 계속됐다. 후반 10분 다시 한 번 압박으로 에버턴이 공을 끊어냈고, 그릴리시가 공을 받아 전진하다가 스루패스를 내줬다. 듀스버리홀이 슛 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강력한 왼발 슛을 골문 구석에 꽂아 넣었다. 이때 그릴리시가 패스를 받으면서 그대로 몸을 돌려 전진하는 유려한 템포, 그리고 수비가 가로막자 스루패스를 살짝 찍어 차면서 가로채기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패스의 재치가 없었다면 득점 기회는 만들어질 수 없었다. 이 패스는 요즘 좀처럼 볼 수 없는 정통 플레이메이커의 향수까지 불러왔다.
후반 43분 교체아웃된 그릴리시는 슛 2회, 도움 2회, 패스 성공률 91%를 기록하며 결코 모험적인 패스를 남발하지 않고서도 도움을 딱딱 기록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또한 드리블 돌파를 8회 시도해 5회 성공하면서 이날 성공 횟수 1위, 1회 시도해 1회 성공한 선수들을 제외하면 성공률도 1위를 기록했다. 여기 더해 공 탈취 1회, 가로채기 2회로 수비 기여도까지 괜찮았다.
그릴리시는 현재 PL 도움 1위다. 이미 앞선 2라운드에 에버턴 이적 후 처음 선발 출격하더니 2도움으로 2-0 승리를 이끌면서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준 바 있다. 3경기 만에 4도움을 올렸으니 당연히 1위일 수밖에 없다.
그릴리시의 기여도는 단순한 수치 이상이다. 지공이 되는 팀과 안 되는 팀의 차이는 크다. 이날 상대한 울버햄턴의 경우, 속공으로 마무리를 하지 못하면 상대 수비가 어느 정도 갖춰졌을 때 아예 공략할 능력이 없는 팀이다. 이와 달리 에버턴은 그릴리시를 중심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측면에서 안으로 파고들면서 한두 명을 제친 뒤 위협적인 패스워크를 시작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의 존재 유무가 불러오는 큰 차이다.
시작이 반이다. 그릴리시의 부활은 시작되자마자 반쯤 진행됐다. 여기서 더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않고 이정도 실력을 시즌 내내 발휘할 수 있다면 즉시 빌라 시절의 평가를 되찾을 수 있다. 그 정도로 훌륭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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