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정보공개 청구가 거부당하는 비율이 높아지자 정부가 정보 비공개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31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규정된 비공개 대상 정보의 세부 기준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비공개 사유가 엄격하게 해석되도록 포괄적인 조항은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예정"이라며 "정보공개법이 제정된 지 약 30년이 된 만큼 시대 변화에 따라 정비할 부분을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공공기관에 청구하는 정보는 법에 따라 '공개'가 원칙이다. 현행 정보공개법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령에서 정한 요건에 부합하면 예외적으로 비공개 처리할 수 있다.
비공개 대상이 되는 정보는 ▲법령상의 비밀·비공개 정보 ▲국가안보·외교 정보 ▲개인정보 ▲재판·수사 관련 정보 ▲영업비밀 관련 정보 ▲공공기관의 업무 저해 정보 ▲의사결정 또는 내부 검토 중인 정보 등 8개 유형으로 나뉜다.
문제는 일부 조항이 모호한 탓에 공공기관에서 비공개 사유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비공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관에서 '의사결정 또는 내부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공개법은 의사결정이나 내부 검토가 종료되면 비공개했던 정보를 청구인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의사결정이 끝난 뒤에 통지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10년간 크게 늘었지만, 공공기관에서 이를 비공개 처리한 비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25년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2015년 45만8059건에서 지난해 119만1687건으로, 10년 새 2.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공기관의 정보 비공개 처리 비율은 4%에서 5.8%로 오히려 높아졌다.
지난해 비공개 사유는 '개인 사생활 침해'(32%)가 가장 많았다.
이어 '재판 관련 정보'(18%), '법인 등 영업상 비밀침해'(17%),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16%), '법령상 비공개'(11%) 순이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거부가 늘어나면서 이에 불복해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 시민단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고용노동부에 2022년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하지만 고용부가 이를 거부하자 같은 해 10월 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고용부의 공개 거부가 부당하다며 단체 측 손을 들어줬다.
2022년 1월에는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가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내역 등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특활비 내역이 비공개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단체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공공기관에서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리면서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청구인에게 정보 비공개를 통지할 때 '사유'와 '근거 법령'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기관에서는 비공개 결정의 근거가 된 법률 조항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사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관이 청구인에게 구체적인 비공개 사유를 설명하도록 제도를 고치고, 비공개 기준도 세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와 함께 모두 자동 폐기됐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안부 장관이 국회에 제출하는 정보공개운영 보고서에 비공개 대상 정보 세부 기준의 점검 결과가 포함되도록 하는 개정안을 냈고,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당시 민주당)도 공개 대상인 정보를 고의적으로 공개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행안부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정보공개 확대'에 발맞춰 비공개 기준을 재검토하는 등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행안부는 민원인이 악의적으로 반복 청구하는 정보를 기술적으로 걸러내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공무원을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악용하는 사례는 시스템을 통해 줄이도록 방법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년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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