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젊은 전술가로 최고 평가를 받던 후벵 아모링 감독. 그의 상징과도 같은 ‘백스리 기반 포지셔널 플레이’는 포르투갈 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올여름 2억 파운드에 달하는 대대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여전히 프리미어리그에서 무력한 경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카라바오컵에서는 4부리그 그림즈비 타운에도 덜미를 잡혔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영국 공영방송 BBC가 그 전술적 배경을 상세히 분석했다.
■ 아모링 철학: 구역 고정 5-2-3, 측면 오버로드
아모링의 전술은 질서와 패턴을 중시한다. 윙백은 터치라인, 미드필더는 중앙에 고정되는 ‘구역 고정형 5-2-3’. 최소한의 로테이션 속에서 측면 수적 우위를 활용한다.
대표적 빌드업 패턴은 ‘업–백–스루’. 수비에서 전방으로 직선 패스를 넣고, 공격수가 등지기로 떨궈주면, 미드필더가 곧바로 뒷공간을 겨냥하는 방식이다. 이 반복적 전술은 선수 개인의 창의적 돌파나 위치 교환을 억제한다는 단점이 있다.
■ 그림즈비의 해법: 전면 맨투맨
그림즈비는 전장의 전원을 맨투맨으로 묶었다. 이렇게 되면 아모링이 의도한 수적 우위가 사라진다.
맨투맨을 뚫으려면 드리블 돌파나 자유로운 움직임이 필요한데, 아모링식 시스템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맨유는 예측 가능한 패턴만 반복하며 상대의 손쉬운 압박에 걸려들었다.
■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대응: 백5 미러링 + 측면 봉쇄
많은 팀들이 수비 시 백5로 맨유의 포지션을 거울처럼 따라간다. 여기에 측면으로 압박을 틀면 맨유의 2대1 구도가 2대2로 변해버린다. 그림즈비 역시 중앙은 일부러 비워두며 측면 패턴만 차단해 맨유의 주 전술을 무력화했다.
수비 전환 시에도 5-2-3. 전방 압박이 실패하면 곧장 내려앉는다. 아모링은 전면 맨투맨 대신 트리거 프레스를 쓰지만, 상대가 빌드업 라인을 넷으로 늘리면 전방 3명이 수적으로 밀린다. 동시에 상대 윙어가 터치라인에 서면 맨유 윙백은 묶이고, 중앙은 두 명뿐이라 쉽게 수적 열세에 빠진다.
■ 풀럼전이 드러낸 교과서적 약점
풀럼의 마르코 실바 감독은 이 허점을 정밀하게 공략했다. 세세뇽이 높게 올라가 디알로를 묶었고, 이워비가 중앙으로 파고들며 중원을 3대2 구도로 만들었다. 여기에 공격수 조시 킹까지 내려와 4대2 수적 우위를 형성, 맨유는 장기간 공을 소유하지 못했다.
측면 패턴 일변도의 전개는 상대의 백5+맨투맨 혼합 수비 앞에서 힘을 잃는다. 대안이 부족해 즉흥적 해법을 내야 할 상황에서도 시스템 자체가 창의성을 억제하기에 플랜 B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 BBC가 제안한 처방
영국 BBC는 아모링 감독이 선수들에게 제한적 자유 허용한다고 처방했다. 일부 구간에서 드리블과 위치 교환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중원의 숫자 자체를 구조적으로 보강해야한다고도 제안했다. 인버티드 풀백 활용 혹은 3미들 변형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공격 전개 패턴의 다양화도 요구했다. 업–백–스루 외에 다양한 전진 방식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수비 트리거 수정도 필요하다며 측면 센터백의 무리한 전진 추적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르팅 시절에는 상대보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 우위가 뚜렷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그 격차를 만들기 어렵다. 결국 단기 성과를 위해서는 철학을 고수하되 세부에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BBC의 결론이다.
‘스포르팅의 젊은 혁신가’로 불리던 아모링의 전술이 맨유에서 제동에 걸렸다. BBC 분석처럼, 그의 철학은 이상적일지 몰라도 프리미어리그의 현실은 냉정하다. 이제는 고집을 넘어선 조정과 유연성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 BBC 그래픽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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