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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조각상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밑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사자보이즈’의 노래 ‘유어 아이돌(Your Idol)’ 가사도 더해졌다.
사진 속 조각상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세워진 조선의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성상이었다. 1845년 서품을 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데, 순교를 기리기 위해 2년 전 성상이 세워졌다.
인간의 영혼을 노리는 악령들로, 저승사자의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 사자보이즈와 성상의 차림이 같아 외국 누리꾼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소식에 국내 누리꾼들은 “세종시 저승사자 동상도 창고에서 다시 꺼낼 때가 된 거 아닐까 싶다”, “‘혼문(魂門)’에 봉인된 세종시 저승사자 근황”이라며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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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세종 시민과 공무원 사이 저승사자로 불리던 조형물은 현재 창고 신세를 지고 있다.
‘흥겨운 우리가락’이라는 이름의 이 금속 조형물은 한복 차림에 갓을 쓴 남성이 ‘한량무’의 춤사위를 펼치듯 양팔을 벌려 날아오르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했다”는 작가의 의도와 달리 저승사자나 박수(남자 무당)를 연상케 하며 “무섭다”는 시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15년 국세청 앞에 들어섰을 때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차가운 시선을 받던 조형물은 몇 달 뒤 100여m 떨어진 곳으로 옮겼는데, 하필 그곳에 소방청과 행정안전부가 이전해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재난안전 총괄 부처와 육상재난 대응을 책임지는 기관 바로 옆에 저승사자가 버티고 선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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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민원이 계속되자 청사관리본부는 결국 해당 조형물을 이전하기로 결정했으나 어디에 둬도 항의가 들어올 것이 뻔해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청사관리본부는 조형물을 임시 보관해두기로 했다.
이 조형물이 총 11억여 원을 들여 설치한 6개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당시 ‘혈세를 들여 흉물을 만들었다’는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 누리꾼들은 “때를 잘못 만났다”, “지금 빨리 꺼내서 조금만 손 보고 세워두자”, “진정한 사자보이 아니냐. 인천공항이나 남산(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 장송)에 세우자”라는 등 활용 방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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