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주 APEC, 천년의 도시가 세계를 초대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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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경주 APEC, 천년의 도시가 세계를 초대할 때

투데이신문 2025-08-30 09:04: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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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EC 준비지원단]
[사진=APEC 준비지원단]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그림자가 지지 않는 도시가 있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높은 건물들 덕에 야경이 아름다운 서울과 달리 경주는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노을을 볼 수 있는 도시다. 땅 아래 유물과 보물이 산재한 까닭에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경주의 8월은 무더웠고, 다가오는 10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던 지난 25일 경상북도는 국내 언론인들을 초청해 APEC 준비 현장을 공개했다. 가장 우려가 많았던 제반 시설 조성과 숙소 문제 역시 함께 브리핑이 이뤄졌다. 

2025 APEC 정상회의는 오는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경북 경주시에서 개최된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전 세계 기업인 등 약 2만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기존 건축물을 활용해온 역대 APEC 개최지와 달리 경주는 공간 부족을 원인으로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미디어센터와 만찬장을 비롯한 전용 공간을 신축중에 있다. 공사 현장을 본 기자들의 우려에도 APEC 준비지원단 관계자는 어제와 오늘이 또 다르다며 공사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며, 한 달 안에는 완공된다며 확언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한 만찬장 공사 현장. ⓒ투데이신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한 만찬장 공사 현장. ⓒ투데이신문

개중에서도 진행이 더뎠던 만찬장은 지난 12.3 비상계엄으로 결정이 무기한 미뤄진 영향이다. 경북도는 “1월 말까지 확정짓지 못하면 만찬장 신축이 불가능하다”며 강하게 요청한 데 이어 정부가 신축 우려에 호텔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경주의 문화재나 한국적인 모습 때문에 선정된 건데 선정 의미가 달라진다”며 박물관 부지 활용을 확정했다. 

준공 일정이 미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주시는 목조 자재를 활용해 빠른 속도로 만찬장을 완성해나가고 있었다. 기존 박물관 공간을 단순히 활용하는 대신, 부지를 활용해 새로운 전시 공간을 조성했다. 이는 박물관 자체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추후 활용 가능한 문화 공간을 확장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도시의 성격에 걸맞게 문화예술 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경주시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경주 힐튼호텔에서 APEC 최초 ‘문화산업고위급대화’를 열었다. AI, 첨단 미디어, 스틸아트 기법을 동원해 하나의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연출을 통해 천년고도 경주의 문화유산을 구현한 특별전시 “빛으로 피어나는 신라” 전시가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시각적 경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작품을 직접 만질 수 있도록 촉각으로 감각하는 전시를 선보였고, 시청각 장애인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상생형 미술의 장을 구현했다. 또한 신라 원화를 모티브로 블랙핑크 제니의 뮤직비디오 ‘ZEN’과, 민화 등 전통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영상 작업을 진행하는 이이남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에 있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제작된 정직한 나무 기념패. ⓒ투데이신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제작된 정직한 나무 기념패. ⓒ투데이신문

뿐만 아니라 로비에는 APEC 정상회담을 위해 제작된 정직한 나무로 만든 스틸아트 작품이 있었다. 세계적 철강기업인 포스코에서 생산된 철강판 위에 예술작품을 3D로 적층인쇄해 작품의 질감을 신체로 감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남 산불로 탄 나무를 재활용해 제작함으로써 지속가능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담아냈다.

새것과 본래 있던 것의 조화를 이뤄낸 이번 전시는 경주의 문화 정체성과 세계적 흐름을 연결시키는 시도였다. 이는 APEC이 내세우는 핵심 기조인 ‘연결, 혁신, 번영’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다보탑과 석가탑. ⓒ투데이신문
다보탑과 석가탑. ⓒ투데이신문

경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불국사와 석굴암 역시 배우자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었다. 정국 혼란으로 빠듯했던 준비기간에도 한국과 경주가 가진 인적·문화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APEC 준비지원단 관계자는 “경주 역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굉장히 우수한 면이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계기로 세계에 많이 알려져 10대 관광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근접시에 거주해 종종 경주를 방문한다는 20대 관광객 이모씨는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꼭 경주에 살고 싶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나 교통 같은 인프라가 더 발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경주시 나정고운모래해변 인근. ⓒ투데이신문
경주시 나정고운모래해변 인근. ⓒ투데이신문

경주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한 곳인 황리단길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를 달리면 눈부신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 날이 좋은 날에는 문무대왕릉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는 경주 바다는 역사적으로도,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APEC 정상회담을 기회로 경주뿐만 아니라 동해, 나아가 국내 중소도시까지 보다 더 많은 관심이 모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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