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살인 부친 "피해자는 中스파이" 썼지만 집행유예…'사자명예훼손' 판단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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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살인 부친 "피해자는 中스파이" 썼지만 집행유예…'사자명예훼손' 판단 기준은

모두서치 2025-08-30 07:09: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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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피해자를 비하하는 댓글을 작성한 '일본도 살인사건' 가해자의 부친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가운데, 법원은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면서도 '글의 내용이 비현실적이어서 일반인들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사자명예훼손죄 처벌 형량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본도 살인사건' 가해자의 부친인 백모(69)씨는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아들에 대해 '피해자가 실제 중국 스파이로서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고자 했으므로 아들의 범행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댓글을 작성하기로 마음 먹고 총 23회에 걸쳐 옹호성 댓글을 게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다.

형법 제308조에 명시된 사자명예훼손죄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했을 때 성립되는 일반 명예훼손죄와 달리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을 적시했을 경우에만 성립한다.

이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김민정 판사는 백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한다고 봤다. 다만 그러면서도 "게시한 내용들을 볼 때 비현실적이고 믿기 어려워 일반인들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았으므로 피해자의 사회적·인격적 평가가 실질적으로 저하될 위험성은 낮았다"고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20시간과 집행유예 기간 동안 본인 명의나 다른 사람 명의 계정을 이용해 피해자 및 유족 관련 내용을 공개된 곳에 게시하지 않는 것을 특별준수사항으로 정해 보호관찰도 명했다.

유족 측에서는 이같은 판결에 아쉬움을 표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일반 대중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댓글이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며 "검찰에 유족 측의 입장을 전달해 항소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보다 형량이 낮다.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현행 대법원 양형기준은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특별 감경인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유족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겠으나 판결이 법적으로 낮은 형량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근본적 이유"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감형 요소가 적용될 경우 형량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명예훼손죄는 집행유예의 긍정적 참작 사유로 '전파 가능성이 낮은 경우' '허위사실 적시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사건 재판부는 '내용이 비현실적이고 믿기 어려워 일반인들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는 점 외에도 "백씨가 자기 아들이 믿기 힘든 범행을 저지른 것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 또한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허위사실 적시'가 아닌 '모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사자에 대한 모욕죄 규정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사자를 대상으로 한 '모욕성 댓글'은 처벌이 불가하다.

백씨 측이 앞서 재판에서 "댓글 작성이 사회적 비난에 대한 방어적 표현으로서 의견표명 및 가치판단에 해당하므로 사자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모욕 글은 '가치판단'이나 '의견표명'으로 분류돼 사자를 대상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 사건 재판부는 백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사자명예훼손'이 성립된다고 판단했으나, 적지 않은 사자명예훼손 사건에서 이같은 이유로 무혐의 결론이 나기도 했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와 관련해 희상자를 조롱하는 쪽지를 남긴 20대 남성에 대해 검찰은 이를 '의견표명'이라고 보고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욕성 댓글까지 처벌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월 '온라인 악성게시물에 대한 해외 입법대응 및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사자 모욕행위를 형사처벌하지는 못하고 유족의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소송만 가능하다"며 "더욱이 유족이 없을 경우에는 민사적 구제도 어려운 법적 공백이 있다는 점에서 사자 모욕죄의 신설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30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자에 대한 모욕죄를 추가하는 등 악성게시물을 통해 사자를 모욕하거나 비방한 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사자모욕죄를 입법화하자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사자모욕죄 신설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이나 평가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신규 국립목포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자에 대한 모욕죄를 입법화해야 한다는 방향의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묻게 하는 방식을 활성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살인사건 유족 측 역시 이를 고려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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