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의무화되는 K리그 ‘테크니컬 디렉터’ 그러나 오해하고 있는 구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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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의무화되는 K리그 ‘테크니컬 디렉터’ 그러나 오해하고 있는 구단들

풋볼리스트 2025-08-30 07:00:00 신고

K리그 엠블럼
K리그 엠블럼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는 각 구단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발전해나가라는 취지에서 테크니컬 디렉터(TD) 선임을 의무화한다.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구단당 1명씩 TD가 존재할 예정이지만 아직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역량이 부족한 구단이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에서도 정립되지 않은 TD의 의미

TD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해외에서도 용어가 정립되지 않았다. 직역하면 기술이사라는 뜻으로, 축구의 기술적인 측면을 관장하는 구단 고위직이라는 의미는 분명하다. 다만 구단마다 그 의미가 다르다. 스포팅 디렉터(sporting director)와 풋볼 디렉터 등 여러 용어와 혼용되기도 한다. 올해 3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공식 홈페이지도 영국에 새로 등장한 개념이며 구단마다 용어가 다르다며 스포팅 디렉터와 비슷한 의미지만 더 아래 직급으로서 실무를 더 많이 관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아래에서 소개할 한국식 해석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해석한 TD의 의미가 중요하다. TD 도입을 권장하는 수준을 넘어 의무화하는 만큼 이 용어에 대한 한국식 해석이 무엇인지, 구단들이 어떤 직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분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프로연맹은 구단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TD를 위한 일종의 교과서인 핸드북을 제작하고 있다. 구단 TD가 되려면 지도자 자격증 A급 이상이 있어야 하며, 대한축구협회의 TD 과정을 이수했거나 장차 이수할 예정이어야 자격이 주어진다. 즉 축구 전술과 훈련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업무에 대한 교육도 받은 사람만 이 자리를 맡을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과 게임모델 정립을 위한 K리그의 움직임

아직 용어의 의미가 정립되지 않았다 보니 TD를 선수 영입 담당자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 의미로도 쓰이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TD 도입에 대해 스카우트 부서를 강화하라는 뜻인가보다라고 해석하거나 단장의 다른 이름 정도로 이해한 구단들도 있다.

하지만 K리그가 굳이 TD 도입을 의무화하는 이유는 각 구단의 장기적인 안목을 키우고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1군 전술, 유소년팀 훈련, 선수 영입 등을 꿰뚫는 팀의 성격과 게임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제작 중인 TD 핸드북에는 테크니컬 디렉터를 구단 고유의 축구 정체성을 개발하고 경기장 안팎에서 구단의 철학을 구현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기술 발전 계획을 수립 및 실행하는 자리로 설명하고 있다. 프로 1군 영입과 운영에 집중하는 스포팅 디렉터와는 서로 독립돼 있으면서 협력하는 자리로 보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싼 선수를 잘 데려오는 스카우트 담당자나, 훈련을 잘 시키는 코칭 전문가를 추구하는 게 아니다. 축구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꿰뚫는 구단의 철학을 세우기 위한 작업이다. 예를 들어 평균연령을 낮게 유지하며 활동량 많은 전술을 구사하는 팀이나 신체조건보다 기술을 중시하며 장차 비싸게 매각할 수 있는 선수를 중점적으로 발굴하는 팀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방향성을 먼저 정하고 영입, 전술, 육성 등을 꿰뚫는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한 관계자는 구단 철학이 먼저 정립되지 못하니까 감독이 잘릴 때마다 팀이 통째로 바뀐다. 일시적으로 좋은 감독이 팀을 발전시켰다 해도 다음 감독이 팀을 퇴보시킬 수도 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어 온 K리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앞으로 질적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게 TD 도입의 취지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 레드불의 랑닉처럼 팀에 철학을 불어넣을 인물이 적격

이를 해외 사례에서 찾아보면, 뛰어난 유망주를 세계 곳곳에서 잘 찾아내는 것으로 유명했던 몬치 전 세비야 단장은 맞지 않는다. 이는 유능한 스카우트 팀장의 이미지다.

그보다는 랄프 랑닉 레드불 통합 단장의 사례가 적절하다. 독일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이론가였던 랑닉은 글로벌 기업 레드불이 독일의 라이프치히,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등 세계 여러 구단을 동시 경영하려 할 때 각 팀마다 비슷한 철학을 불어넣어 일관성을 입히는 임무를 맡았다. 압박을 동반한 포백 기반 현대축구를 철학으로 삼았으며, 이에 따라 신체능력과 기술을 겸비한 유망주를 주로 영입하고 전술에 맞는 감독을 선임했다. 이를 통해 두 팀 모두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물론 사디오 마네(세네갈), 엘링 홀란(노르웨이), 소보슬러이 도미니크(헝가리), 베냐민 세슈코(슬로베니아), 다요 우파메카노(프랑스) 등 다국적 유망주를 발굴했다. 철학이 서 있어야 영입도 잘 되고 성적도 잘 낸다는 대표적 사례다.

또 한 가지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축구협회의 일본의 길(Japan's way)’이다. 일관성 있는 육성 정책의 결과 배출되는 선수의 평균적인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포지션별 핵심 역량을 정리하고 현장 지도자들이 알아보기 쉬운 명료한 모델로 장리해 현대축구의 흐름을 따라가는 선수가 쉽게 배출되도록 했다.

장기근속과 독립성이 필요한 TD, 그러나 현실은

위와 같은 TD의 개념은 국내에서 아직 매우 생소하다. 장기적인 선수 육성으로 성공한 사례는 2000년대 초반 FC서울의 중학생 유망주 집중 투자, 최근 강원FC의 연이은 유럽파 배출 등 눈에 띄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K리그 구단들의 초점은 육성보다 발굴에 맞춰져 있다. 중학생, 고등학생 중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을 산하 유소년팀으로 스카우트하는 전쟁이 벌어진다. 유망주에 먼저 주목한 팀이 두엇 뿐이라면 싹쓸이로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유망주의 총 숫자는 정해진 가운데 모든 구단이 선점 전략을 쓸 수는 없다. K리그 전반적인 역량을 키우는 방향성은 아니다. 구단의 전술 철학을 세워 중장기적 목표와 접목시킨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미 TD를 선임한 구단들에 대해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현재 K리그 TD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첫 번째는 감독 선임 후 그의 추천으로 뒤이어 영입된 인사, 또 하나는 주로 신생구단에서 보이는 축구계 유명인사의 TD 선임이다. 후자는 신생구단이므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은 있다.

특히 감독 추천을 넘어 감독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TD 자리를 맡을 경우, 철학 수립이나 구단 운영에 딱히 전문성이 없는 인사라 프로연맹에서 추구하는 TD의 방향에 부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인물은 역량도 역량이지만 감독이 바뀔 경우 같이 교체되기 십상이라 장기 근속이 필수인 TD 개념과 부딪친다. TD는 감독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꾸준히 구단의 방향성을 제시하라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축구협회의 TD 교육과정에 대해서 협력하는 동시에, 연맹이 주최하는 TD 관련 세미나는 이 직함을 달 사람뿐 아니라 구단의 실무를 보고 있는 운영팀장 등을 대상으로 한다. 어떤 사람을 선임해야 하는지, 어떤 임무를 줘야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좋은 선수를 싸게 사 오는 스카우트를 넘어, 구단의 철학을 세우고 오래 지속될 저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게 프로연맹의 원대한 목표다. 제도의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K리그 구단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기대보다 우려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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