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나이 서른아홉에 남편을 알게 됐습니다. 친구를 따라 나간 모임에서 남편을 만났는데, 우린 급속도록 가까워졌습니다. 첫날 사귀기로 결정하고 한 달 후엔 임신까지 했습니다. 남편의 나이도 마흔 중반이었고, 저도 나이가 있어 아이를 낳기로 했습니다. 남편도 아이가 생겼다며 좋아했고요.
만난지 6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던 전셋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남편은 결혼생활에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급기야 “난 혼인신고는 하기 싫다. 애를 혼자 낳고 미혼모가 되던지” 이런 잔인한 말까지 하는 겁니다. 저는 남편의 마음을 달래려 노력했지만, 남편은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외출한 사이 남편은 집에 다른 여자를 들였고, 이 장면이 아파트 CCTV에도 남아있습니다. 남편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 따졌더니 결국 가출했고, 남편이 가출한지 2개월 후 저는 혼자 딸을 낳았습니다. 남편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해결하고 싶은데요. 저는 이 남자를 상대로 어떤 법적 소송을 할 수 있을까요?
-결혼식만 올리고 혼인신고를 안한 상태인데 사실혼 관계로 볼 수 있을까요?
△유은이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결혼식을 한 경우 사실혼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 의사가 있고 사회통념상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 사실혼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연자의 경우, 친척, 가족, 지인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또 신혼집에서 신혼생활을 했는데, 이는 당사자들 모두 혼인의사가 있었고, 사회통념상 부부공동생활이라는 외관까지 갖췄다고 볼 수 있는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다는 근거가 되어 사실혼 인정이 가능합니다.
-사실혼의 경우에도 이혼처럼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죠?
△유은이 변호사: 사실혼 관계에 있어서도 민법 제926조 제1항의 동거, 부양, 협조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혼배우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 부양, 협조할 의무를 포기한 경우 그 배우자는 악의의 유기에 의해 사실혼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한 것에 해당하며, 이 경우 사실혼관계부당파기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유책사실혼배우자에 대해서는 혼인신고를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합니다.
또한 사례자의 남편은 신혼집에 다른 여자를 데려와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까지 있습니다. 사실혼의 경우에도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정조의무가 있으므로 일방이 부정행위를 했다면,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에 대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연자가 혼자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에 대한 책임은?
△유은이 변호사: 당연히 자녀에 대해서는 아빠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사연처럼 혼인신고가 돼 있지 않다면 태어난 아이에 대해 법률상 부(父)임을 인정하는 인지 청구 소송을 먼저 해야 합니다. 인지청구는 혼인 외 자녀가 생부 또는 생모를 상대로 법적으로 친자관계를 인정받기 위한 절차로, 인지 절차에는 임의인지와 강제인지가 있습니다. 임의인지란 생부 혹은 생모가 스스로 자신의 자식으로 승인하는 것이고, 강제인지는 가정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해 혼인 외의 자와 법률상 부모자 관계를 형성하거나 확인할 것을 구하는 것입니다.
사연자의 남편이 자녀에 대해 스스로 인지를 하는 임의인지 절차를 밟으면 좋겠지만, 남편이 가출을 하고 ‘혼자 낳아서 미혼모가 되어라’까지 말 한 정도라면 임의인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이 경우 법적으로 인지를 강제할 수밖에 없어 인지청구소송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지청구가 인정되면 그 이후에는 어떤 절차가 있을까요?
△유은이 변호사: 인지청구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면 아이가 태어난 때부터 부자관계가 인정되므로 통상 인지청구와 동시에 자녀의 양육비청구도 함께 진행합니다. 자녀의 양육비는 자녀의 나이, 양육자와 비양육자의 소득과 재산을 고려해 서울가정법원에서 만든 양육비산정기준표를 참고해 정해집니다. 이때 양육비가 반드시 산정기준표 금액과 정확하게 동일하게 인정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은 위 기준표를 토대로 당사자별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서 양육비를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비양육자의 소득, 재산이 매우 많은 경우 산정기준표에 따라 책정된 양육비보다 더 큰 금액으로 양육비가 정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인지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자녀가 태어난 때부터 부자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에 자녀가 태어난 시점부터 인지될 때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과거 양육도 청구가 가능합니다.
|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양담소’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