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정청래의 국민의힘 악수 패스에 이어 '당대표의 입'인 한민수 비서실장이 제1야당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라고 발언하며 여야 극단 정치의 끝을 보여줬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국정 운영의 안정을 위해 여야 지도부 회동을 직접 지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여야가 또 다시 충돌하며 정부의 협치 구상을 흔들리게 만든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선출된 다음 날인 2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윤석열 탄핵이 잘못된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장 대표는 2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왜곡과 망상으로 점철된 정치 공세에 답할 필요가 없다"고 저격했다.
서로를 향해 주고받는 비난에 정점을 찍은 것은 한민수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의 발언이다. 한 비서실장은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제1야당의 당대표인 장동혁을 향해 "사이코패스"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선 넘은 모욕"이라고 즉각 비판에 나서며 여야 간 대립의 골이 깊어졌다.
집권여당이 제1야당과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에도 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여야 지도부에게 순방 성과를 직접 설명 드리고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가능하면 조속하게 마련하도록 하겠다. 순방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여야 협력을 당부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일본·미국 순방을 마무리한 후 28일 새벽 귀국하자마자 여야 대표 회동을 지시했다. 대통령은 이 같은 민주당의 극단적 '국민의힘 적대적' 입장에는 반대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초강경 지도부' 출범과 동시에 대여 투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민주당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협치 공간을 열어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강조한 협치는 사실상 시작도 하기 전에 파열음을 내며 여야의 감정싸움과 불신이 여전히 깊음을 보여줬다. 화합과 통합을 기치로 먼저 손을 내민 이 대통령의 의도가 무색한 상황으로 여야 지도부 회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불발 위기에 놓였다.
여론은 이번 사태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이 서로 인신공격만 일삼는 상황에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으며 "사이코패스"라는 단어 자체가 모욕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야는 화합이라는 큰 틀 아래 좌우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향한 비난만 더한 채 이 대통령의 협치 구상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됐다. 협치가 대통령 혼자만의 구호로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다시 한 번 보여주며 정당 간의 불신과 감정의 골을 메우지 못하면 여야 간 협치는 끝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장동혁, 공감능력 없다…사이코패스"
"국힘, 국민혈세로 월급 받는데 걸핏하면 퇴장" 지적
문제의 발언은 오늘(29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정치쇼> 에서 당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이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장동혁 대표가 최근 보여주는 행태는 사실상 사이코패스"이라며 강도 높은 언사를 사용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삶보다 권력 투쟁에 몰두하는 모습은 정상적 정치인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태현의정치쇼>
한 의원은 "정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5대 질문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빵터졌다는 얘기를 하시더라. 저는 장 대표님한테 좀 미안하지만 그 얘기를 기사로 접하면서 장동혁 대표는 타인의 어떤 고통이나 감정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 전혀 없는 것 아닌가.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에서는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정청래 대표가 물어본 것은 윤석열 탄핵이 잘못인지, 또 윤석열에 대한 헌재 파면도 잘못인지, 만약 그렇다면 비상계엄 내란이 잘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을 밝혀보라는 것이었다.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살인계획이 있었던 노상원 수첩은 잘됐다고 보느냐"며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진짜 던지고 싶은 질문들 아니냐. 답변을 못하면 말을 하지 말든지, 아니면 내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면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엄중한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질문 보고 빵 터졌다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9월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뱉었다. 국민의힘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추천 몫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비상임위원 선출안이 부결되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상임위원회 일정을 보이콧한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이 추천한 두 분은 비상계엄 옹호 인사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국가인권위원으로 일하라고 내보내느냐"고 반문하며 "그래서 국민의힘에 이런 분들은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추천을 했다. 그래서 부결을 시켰더니 퇴장을 했다. 저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세비를 10분의 1로 깎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줬으면 좋겠다. 본회의장에 있지를 않고 걸핏하면 퇴장하고 오지도 않는다. 국민들이 생중계를 보고 있다. 무슨 저런 사람들이 우리 국민들의 혈세로 월급을 받느냐"며 "저렇게 하는 사람들은 국민들로부터 심판받아야 된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선 넘었다…그 대표에 그 비서실장" 반발
해당 발언이 보도되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두 차례 논평을 내고 "그 대표에 그 비서실장"이라며 "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사이코패스라 부르는 것이 과연 여당의 태도냐.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의 극치"라고 날을 세웠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협치를 말하던 날이 무색하다. 민주당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 비서실장은 야당의 국회 보이콧 상황을 두고 '제1야당을 설득해서 끌고 가야 할 필요성은 못 느끼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어린애들을 달래는 거지요, 철부지를 달래는 것'이라며 야당을 철부지 아이로 폄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에도 금도가 있다. 하지만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고 깔보는 행태는 당대표나 비서실장이나 매한가지"라며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에서 정식 제안이 오면 형식과 의제를 협의한 뒤 응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의 협치 의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정청래 대표야말로 회동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장 대표는 단독 회담을 약속하면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에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29일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는 그런(대통령실이 말한) 형식의 만남이라도 언제쯤 다시 시간을 정해 제1야당 대표와 만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많이 양보해서 여야 지도부와 대통령이 만나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성과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가 따로 시간을 갖고 고통 받고 있는 국민의 삶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합의문을 공개하거나 팩트 시트를 국민께 공개한다면 굳이 그 성과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며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제1야당의 대표를 여당 대표와 함께 부르는 것은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삶을 함께 살피자는 의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李대통령, 민주당 의원 오찬서 "야당과 함께 가야" 당부
여야가 갈등을 겪는 사이에도 이 대통령은 "여야가 함께 가야 한다"며 협치를 주문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29일 오찬을 나눈 이 대통령은 "지금이 역사의 변곡점이라 생각하고, 국회의역할이 중요한 만큼 큰 책임감을 갖고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가 대치하는 상황을 고려한 듯 야당과의 협치를 당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현재 이 대통령은 정청래 당대표가 선출된 뒤 단 한 번도 여당 대표와 이른바 주례회동인 단독회동을 한 적이 없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만찬 이후 오늘 오찬 자리도 민주당 의원들도 단체 만남, 다음 만남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동시 회동하며 당정 단독 만남은 현재까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 동시 회동 적극 추진에 이어 민주당 의원들과 오찬회동에서 '여야가 함께' 국회에서 개혁과제 잘 처리하라는 메시지는 사실상 '지시' 같은 당부인 셈이다.
오찬은 이 대통령 초청으로 서울 중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오찬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늘 대통령께서 국회가 잘해달라고 주문한 데에는 여야가 모두 포함된다고 본다"며 "국회가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여야 관계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당부가 담겨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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