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기준원은 기업회계기준 일탈(예외) 적용의 제한과 관련된 적용의견서의 정리를 마치고 이달 25일부터 보험·회계업계 등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의견조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 회계기준자문위원회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 중순쯤 최종 의견서를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회계기준적용의견서는 기준원이 자체적으로 만드는 회계처리 관련 의견서로, 회계기준 변경과 유사한 효력이 있다 보니 통상 충분한 연구와 다층적 의견수렴을 전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기준원이 단 3주에 걸친 의견수렴 후 의견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전방위로 나오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회계처리를 바꿔야 한다는 정부기관의 의사나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이만우 고려대학교 교수도 최근 언론을 통해 “극히 일부의 학계나 회계 관련 인사에 휘둘려, 다른 나라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지엽적 문제로 회계 국론이 분열돼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투데이코리아> 와의 통화에서 “회계기준이 발표하는 적용의견서는 법적 구속력은 갖고 있지 않지만, 금융당국의 ‘질의회신’에 준하는 효력을 갖고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며 “회계업계의 가이드라인이기도 하기에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융위원회로부터 회계기준 제·개정 업무를 위임받은 민간전문기구인 기준원이 특정 기업 사례로 앞장서 비판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견해도 나오고 있다. 통상 기준원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계 처리 기준의 제정·개정·해석·질의회신 업무 등을 수행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은행, 보험, 운용사 등 투자자들이 장기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펀드 회계처리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회계기준원은 회의를 거쳐 금투협 측에 회신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기준원이 지난달 16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생명보험사의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 포럼에서 특정 기업을 지칭해 강경발언을 쏟아낸 것과 관련해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시 토론회를 보도한 언론에서도 회계기준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특정 기업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심판이 앞장서서 선수를 비판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의 일탈회계의 경우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시행을 앞두고 학계와 일부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적용되었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당시 금감원은 전문가 협의체 논의를 거쳐 유배당 계약자 몫을 보험부채로 반영하는 방침은 내년 새 회계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새 회계규정(IFRS17) 적용에 따른 계약자지분조정의 회계 표시가 재무제표 목적과 상충돼 이용자의 오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회사 경영진이 판단했다면 재무제표 표시에 관한 기준서(K-IFRS1001호)를 적용해 부채 표시를 고려할 수 있다”고 회신하기도 했다.
특히 금감원이 이달 21일 시민단체와 4대 회계법인 관계자 등 13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 계약자 배당항목 관련 회계를 두고 논의했지만 전문가 13명 중 8명 이상이 적법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이만우 고려대 교수도 최근 언론을 통해 “회계는 단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경우보다는 다양한 가정과 논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중대한 오류라고 다수의 전문가가 합의하는 경우가 아니면, 최초 외부감사인이 신중하게 내린 결론을 존중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본지에 “어떻게 보니 회계기준원이 앞장서서 특정 기업의 회계 기준에 대해 비판하고 모양세가 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기준원이 중립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바탕으로 작성한 회계기준서가 발표되어도, 일각에서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투데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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