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개시 58일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구속기소한 특별검사팀이 반환점을 돌았다. 증거인멸 우려를 입증해 김 여사를 구속에 이르게 하고, 인사 청탁 의혹의 단서를 확보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특검은 김 여사를 구속기소한 기세를 몰아 명품 수수,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저 이전 특혜 논란 등 굵직한 사안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의 혐의를 수사하는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29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공소장에 담긴 내용은 세 가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치브로커'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매개로 한 통일교 청탁 의혹이다.
특검은 지난 12일 김 여사를 구속한 뒤 다섯 차례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김 여사는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다. 이전 검찰 조사에서 해명이 증거와 배치되며 오히려 의혹을 키운 사례가 있어, 불리한 진술을 피하고 법정에서 직접 방어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소된 혐의에 대한 재판과 별개로 특검 수사는 계속된다. 특검법에 규정된 16개 수사 대상 가운데 상당수는 이번 공소장에 포함되지 못했다. 아직 본격적인 수사 단계에 이르지 못한 사건들도 많다. 특검은 수사가 마무리된 사건들을 중심으로 1차 기소를 한 뒤 추후 상황에 따라 추가 기소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여사의 관여 여부가 불분명한 대형 사건들이 향후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우선, 영부인 시절 정·재계 인사들로부터 고가의 명품을 받고 청탁을 수용했다는 '매관매직 의혹'이 대표적이다.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6000만원대 반 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제공하고 사위의 인사 청탁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고, 사업가 서모씨가 5000만원대 시계를 건넨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김 여사에게 선물을 건네고 사위가 윤 정부에서 일할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을 고백한 이 회장의 자수서는 김 여사 구속의 '스모킹 건'이 되기도 했다. 목걸이의 출처에 대한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해서 바뀌었던 가운데, 김 여사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특검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물증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인사를 대가로 김 여사에게 금거북이를 선물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고가 선물과 권력형 청탁이 맞물린 정황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특검이 향후 수사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모 여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으로, 수년간 정치권에서 논란이 컸던 사건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임하던 시기 노선의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 소유의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바뀌며 이들에 특혜를 줬다는 게 골자다. 사업 원안인 양서면 종점 노선은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했으나 국토부가 2023년 5월 문제의 강상면을 종점 노선으로 검토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출범 이후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양평군청 등 관계 기관을 상대로 강제수사를 하는 동시에 담당 실무자와 결재라인들을 연이어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국토부와 양평군 등이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시행했던 용역업체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원 전 장관과 양평군수를 지냈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등 여러 정치인들이 연루돼 있어 정치권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김 여사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2022년 11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새 관저로 쓰기로 하고 건물을 리모델링 및 증축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사를 따낸 소규모 업체가 과거 김 여사의 전시 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후원금을 댄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사건이다. 특검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첫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두 사건은 김 여사와의 직접적 연관성을 밝히는 게 관건이다. 김 여사가 얻은 구체적 이득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추가 수사를 통해 이 부분을 규명해야 한다. 앞으로 특검이 수사 범위와 책임소재를 어디까지 확장하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검이 출범 초기 인지한 '집사 게이트' 사건도 마찬가지로 김 여사와의 연결고리가 불분명하다. 집사 게이트란, 김 여사 일가와 가까운 사이인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라는 회사에 대기업들이 184억원 상당을 부정 투자했다는 의혹이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던 대기업들이 김 여사를 인식해 '보험성 투자'를 한 것으로 의심하는 특검은 투자 기업의 대표 등 관계자를 소환하며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횡령 혐의를 밝혀 이날 구속기소 했지만, 김씨와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 등이 투자 과정에서 김 여사 연루 가능성을 적극 부인하고 있어 공모 혐의 수사는 답보 상태에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정황만으로는 김 여사와 직접 연결된 사건이라기보다 주변 인물들의 개별 범죄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구속기소라는 1차 성과에도 불구하고 특검의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향후 특검은 김 여사와의 직접 연관성 규명, 대가관계 입증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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