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비서실장이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정상회담 결과 등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은 전은수 부대변인. |
“난 진작부터 당신이 대통령이 될 줄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비공개 오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넨 이 한마디는, 한미 관계의 미묘한 흐름을 단숨에 드러냈다. 이 장면을 직접 전한 이는 다름 아닌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유튜브 프로그램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상회담의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한 한국의 부정선거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발언의 맥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우리 둘 다 테러 경험이 있고, 또 사상 최다 득표를 한 정치인”이라고 말했을 때, 트럼프의 답변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것이다.
강 실장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미정상회담 불과 두 시간 반 전, 자신과 미국 백악관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간의 막후 접촉도 공개했다. “와일스 실장의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대화를 열었다”며 “한국전쟁 이후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 그리고 그 성과를 이끌고 온 기업인 16명의 방미 의미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당신 아버지가 피로 지켜낸 나라”라는 호소로 대화를 이끌었다며, 치밀한 준비 과정을 드러냈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겉으로 드러난 공동선언과 투자 약속만이 아니었다. 배경에서 실무를 조율하고 정무적 메시지를 직조한 강훈식의 존재감이 빛났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케미’도 주목을 받는다. 강 실장은 대통령의 직설적 화법과 강단을 보완하는 조율자이자, 전략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파격적인 발언을 던질 때, 강 실장은 이를 다듬어 국제무대에서 활용 가능한 신호로 바꿔내는 중재자였다.
문제는 그의 향후 행보다. 비서실장 임무 종료 후 강훈식은 정치권에서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이미 더불어민주당 내 차기 지도부 구도와 맞물려 그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충청권 기반의 정치력, 대중적 인지도, 그리고 이번 정상외교에서 드러난 국제무대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차기 리더군’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다만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위치가 장점인 동시에 제약이 될 수 있다. 대통령 지지율의 등락과 궤를 같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한마디는 일종의 상징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선거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의미가 크지만, 동시에 강훈식이라는 인물이 이 장면을 전하면서 얻는 정치적 자산도 무시할 수 없다.
막후에서 판을 깔고, 대통령과의 ‘투톱’ 관계를 드러내며, 그리고 차기 행보를 겨냥하는 강훈식. 이번 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무대이면서, 동시에 강훈식이라는 정치인의 ‘차기 무대’ 예고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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