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살인자 리포트' 리뷰: 이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11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입니다. 기자님께서 인터뷰에 응하면 오늘 밤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실적 압박을 받고 있는 사회부 기자 백선주(조여정)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특종'이다. 그런 그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고 고백, 인터뷰를 요청한다.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 '특종'이 절실한 백선주는 연인이자 강력계 형사인 한상우(김태한)와 함께 남자가 마련한 호텔 스위트룸으로 향한다.
마침내 대면한 기자와 연쇄살인범. 그리고 아래층에서는 형사가 두 사람의 수상한 인터뷰를 감시한다.
압도적인 긴장감 속에 시작된 인터뷰에서 이영훈은 자신이 정신과 의사라며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살인을 시작했다고 밝힌다. 인터뷰가 이어지면서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낀 백선주는 현장을 벗어나고자 한다. 그 순간 이영훈은 "지금 인터뷰를 멈추면 또 한 명이 살해될 것"이라고 말하며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다.
인터뷰를 멈추는 누군가가 반드시 죽는다. 예측 불가한 상황 속, 인터뷰의 끝은 어떻게 될까.
'살인자 리포트'는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다. 제한 된 공간에서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가 인상적이다. 특히 두 사람의 인터뷰가 깊어질수록 질문을 하는 사람과 질문을 받는 사람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인터뷰는 점차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흥미를 끌어 올린다.
조여정과 정성일의 1:1 인터뷰로 영화 대부분이 채워진다. 두 사람의 맞대면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형식이다. 그러나 감독은 두 사람을 지켜보는 한상우 형사 등 극을 전환 시키는 장치를 배치해 적절한 시기에 '환기'를 시킨다.
무엇보다 조여정, 정성일의 압도적인 연기 티키타카가 돋보인다. 두 사람은 마치 1대 1 연기 대결을 펼치듯 깊이 몰입한 연기로 107분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이어간다.
신선한 소재와 형식, 국내외 유수의 사상식에서 연기상을 휩쓴 조여정과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차지한 정성일의 연기까지 3박자가 들어맞은 품격있는 작품이다.
다만 영화는 런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형성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쫄깃하지는 않다. 다소 약하게 느껴지는 '반전'도 아쉬운 대목이다. 평면적으로 반전이 펼쳐지면서 스릴러 특유의 극적 재미가 떨어진다.
그러다 마지막 10분, 모든 것이 휘몰아친다. 영화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한다. 마치 답답한 축구 국가대표 경기중 후반 40분에야 한 골이 터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조여정 vs 정성일의 연기는 비록 골이 터지지 않더라도 메시 vs 호날두의 경기를 지켜보듯 흥미롭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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