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재건축 ‘승자독식’ 가속…생존 갈림길 선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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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재건축 ‘승자독식’ 가속…생존 갈림길 선 건설사들

뉴스락 2025-08-29 14:18:06 신고

3줄요약

[뉴스락]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시장만큼은 예외적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8월까지 국내 10대 건설사가 수주한 도시정비사업 규모는 3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27조8700억원)보다 13.7%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 속에서도 건설업계는 급격한 양극화를 맞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대형사는 7조원, 5조원대 메가딜을 휩쓸며 승승장구하는 반면, 안전사고에 휘말린 건설사는 수주액이 '0원'을 기록하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의 중대재해 처벌 강화 기조와 수의계약 선호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자본력과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춘 대형사 중심으로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뉴스락>은 국내 10대 건설사를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급변하는 지형도와 건설업계의 미래 전망을 짚어본다.

챗GPT 이미지 생성. [뉴스락]
챗GPT 이미지 생성. [뉴스락]

재건축 수주 31조원 시대...삼성·현대 '10조 클럽' 눈앞

10대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10대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재건축 시장만큼은 뜨겁다.

<뉴스락> 이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을 분석한 결과 , 상반기 기준 총 27조81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9조8261억원) 대비 176%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8월까지는 31조6833억원으로 더욱 확대됐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약진이다. 누적 수주액 7조828억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의 6년 연속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상반기 7432억원으로 5위에 머물렀던 삼성물산이 단숨에 선두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삼성물산의 약진 배경에는 '래미안' 브랜드 파워와 공격적 영업 전략이 있다.

올해 초 용산 한남4구역 재개발(1조5695억원)을 시작으로 신반포4차 재건축(1조310억원),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1조1945억원) 등 대형 사업을 연달아 수주했다.

지난 23일에는 개포우성7차(6757억원)와 삼호가든5차(2369억원) 재건축까지 추가로 확보하며 7조원 벽을 돌파했다.

현대건설은 5조5357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지만, '10조 클럽' 달성 가능성이 높다. 

압구정2구역(2조7488억원)과 장위15구역(1조4663억원) 등 대어급 사업의 수의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까지 고려하면 양사 모두 국내 건설업계 사상 첫 정비사업 수주액 10조원 돌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반면 상반기까지 3위를 지켰던 포스코이앤씨는 광명 신안산선 붕괴사고 여파로 큰 타격을 입었다.

연이은 중대재해 발생으로 '건설면허 취소' 논의까지 나오면서 인프라 부문 신규 수주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 이후 정비사업 수주가 전무해 실적이 0원을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도 전년 대비 66% 감소한 3039억원에 그쳤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건설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대형사와 중소건설사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소건설사들의 경영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상최대 31조 수주에도 '양극화'... 대형 3사가 시장 절반 차지

(왼쪽)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성남 은행주공’ 현장서 진두지휘하는 모습. (오른쪽) 이정환 두산건설 대표가 '성남 은행주공' 현장서 진두지휘하는 모습.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왼쪽)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성남 은행주공’ 현장서 진두지휘하는 모습. (오른쪽) 이정환 두산건설 대표가 '성남 은행주공' 현장서 진두지휘하는 모습.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총액 31조원. 올해 8월까지 누적된 국내 정비사업 수주액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건설사들의 성적표는 극단으로 갈렸다.

2025년 도시정비사업 수주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승자독식' 구도가 한층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물산·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 등 이른바 '빅3'가 전체 시장의 절반 넘는 비중을 차지하면서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이같은 독식 구조는 올해 굵직한 수주전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최대어로 꼽힌 서울 용산 한남4구역(공사비 2조1000억원) 재개발에서 삼성물산은 675대 335표로 현대건설을 압도했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이주비 LTV 150% 보장, 최소 12억원 지급, 입주 후 분담금 4년 유예 등의 파격 조건이 조합원 표심을 사로잡았다.

각 구역별 특성에 따라 승부 요인은 달랐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공사비 9558억원)에서는 HDC현산이 평당 858만원이라는 공격적 저가 전략으로 포스코이앤씨를 제쳤다.

반면 성남 은행주공 리모델링(공사비 1조2972억원)에선 포스코이앤씨가 리모델링 전문성과 평면 특화 설계로 두산건설을 누르며 '전문화'가 승부를 가렸다.

강남권 '마지막 재건축'으로 불린 개포우성7차에서는 다시 삼성물산이 웃었다.

서울시 인허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검증된 설계'로 사업 지연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403표(54.3%) 대 335표로 대우건설의 파격 조건도 조합원들의 '안정성 선호'를 꺾지 못했다.

21일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외벽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과 건설사의 호소문이 게시돼 있다.공사비 증액 이견으로 갈등을 겪은 장위4구역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GS건설은 이날 갈등을 매듭짓고 공사중단의 상황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외벽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과 건설사의 호소문이 게시돼 있다.공사비 증액 이견으로 갈등을 겪은 장위4구역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GS건설은 이날 갈등을 매듭짓고 공사중단의 상황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의 '안정성 선호' 배경에는 최근 잇따른 공사비 분쟁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목동파라곤(신월4구역)에서 동양건설산업이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입주를 무기한 연기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도 공사비 증액 분쟁으로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고, GS건설은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에 4860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형사 독식의 배경에는 수주 방식의 구조적 변화도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이 과도한 출혈 경쟁을 회피하며 수의계약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진 것이다.

선별 수주 전략으로 전환한 건설사들은 위험 부담이 큰 프로젝트는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컨소시엄 참여도 급증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한 6개 도시정비 사업 중 5곳을 대형 건설사와 연합해 따냈다.

중견 건설사들도 생존을 위해 대형사와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형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요구되는 금융 패키지, 설계 역량, 브랜드 파워를 동시에 갖춘 업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조합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브랜드 파워"라며 "건설 방법이 비슷하기 때문에 결국 브랜드 가치가 승부를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석박사 논문 연구 결과 건설사 브랜드 가치가 높으면 분양가도 비싸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대형건설사는 재무구조가 탄탄해 부도 위험이 적고, 인력과 조직 역량도 중소건설사보다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압구정·성수·목동 ‘10조 메가 정비’ 출격...건설사, 기회일까 덫일까

올 하반기 정비사업 주요 예정지. [뉴스락 편집]
올 하반기 정비사업 주요 예정지. [뉴스락 편집]

올 하반기 건설 시장에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전망이다.

압구정2구역(2조4천억원), 성수전략정비구역(2조원) 등 초대형 사업들이 연쇄적으로 발주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목동 14개 단지 동시 재건축까지 겹치면서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밥상'을 마주하게 됐다.

현재 업계 관심이 집중된 곳은 6856억원 규모의 송파한양2차 재건축이다. 

한 달 전 신당10구역에서 한솥밥을 먹던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번엔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다.

GS건설은 덴마크 설계사 ‘어반 에이전시’를 내세워 스카이라인 차별화를 약속했고, HDC현산은 용산정비창 수주 기세를 몰아 영국 ‘SMDP’와 손잡고 맞불을 놨다.

업계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8000억원대 후속 수주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고 있다.

송파한양2차 결과에 따라 9월부터 본격화되는 메가딜 경쟁의 판도가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9월부터는 본격적인 대형 사업 발주가 시작된다. 압구정2구역은 한강변 초역세권에 65층 2,571세대로 조성되는 2조4천억원 규모의 단일 최대 사업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최종 승부를 앞두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2조원)도 만만치 않다. 한강과 서울숲을 품은 3014가구 규모에 250m 초고층까지 계획된 프리미엄 사업이다. 현대건설·GS건설·HDC현산이 8월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다.

목동신시가지에서는 14개 단지 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된다. 서울시가 2030년 고도제한 강화 이전 사업 완료를 독려하면서 평균 정비기간을 기존 18.5년에서 13년으로 단축하는 파격적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사업 규모 확대가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6월부터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다주택 조합원의 이주 지연 리스크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저가 수주는 ‘배보다 배꼽’이 될 수 있다”며  "규모에 현혹되지 말고 수익성 중심의 선택적 수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우려는 대형사 쏠림 현상이다. 조 단위 메가프로젝트에 대형 건설사들이 몰리면서 중소 건설사와 비수도권 정비사업이 공백 상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대형건설사 중심의 수주가 늘어나면 건설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분양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고가 부동산만 공급되는 구조적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공공발주를 통한 지역 업체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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