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작’ 카카오 김범수, 1년 만에 모습 드러낸 곳은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김현재 수습기자]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9일 결심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했다.

재판 출석하는 김범수 위원장(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는 29일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창업자의 결심공판을 심리한다. 김 창업자는 이날 오후 1시 46분쯤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법원에 도착했다. 그는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하는가’, ‘임원진들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인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침묵하며 법원 안으로 입장했다.

김 창업자는 2023년 2월 16∼17일, 27∼28일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 주가를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등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지난해 8월 8일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보석 심문에서 김 창업자는 “사업하면서 수백 번 넘는 회의에 참여했지만 위법한 결정은 단 한 번도 내린 적이 없다”며 “억울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김 창업주의 변호인도 “이 사건은 공개매수 기간 중 장내 매수가 시세조종으로 간주된 첫 사례”라며 “피고인은 당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반대했고, 평화로운 협상을 원했지만 하이브의 적대적인 태도로 반대 의사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구속 101일 만에 김 창업주가 신청한 보석을 인용했다. 현재 그의 재판은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먼저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재판과 병합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결심공판에서는 김범수 창업자에 대한 검찰의 신문과 구형, 김 창업주자측 변호인의 최후변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피고인 신문은 결심 전에 이뤄지지만, 재판부는 김 창업자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이날 결심과 함께 진행하도록 결정했다.

앞서 김 창업자는 올해 초 암 초기 진단을 받아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은 “김범수 창업자가 최근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아 당분간 수술, 입원 등 치료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미 정신아 대표가 그룹 전체의 현안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경영상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의 구형만큼 공소장 변경이 이뤄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2일에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결심을 1회 앞두고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기존의 공소사실에는 시세조종으로 의심되는 거래만 특정됐지만, 자본시장법의 규정에 맞게 빠져 있던 모든 거래 행위를 공소장에 포함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해 김 창업자 측은 “재판 종결 시점에 갑자기 유죄 판단의 대상을 추가해서 변경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유불리를 떠나 절차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자본시장법 176조 3항은 누구든 상장증권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그 증권에 관한 ‘일련의 매매’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이 규정을 둘러싼 양측의 의견 차이를 고려해 이날 공판에서 공소장 변경을 허용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