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 중소기업 수가 사상 처음으로 830만 개에 육박하며 또 한 번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2020년 이후 지속 상승세를 보이던 중소기업 총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하며 양적 확대와 질적 성장 사이의 괴리를 드러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9일 '2023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를 발표하고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중소기업 수가 829만 8,915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3.2%(25만6,189개) 증가한 수치다.
중소기업 종사자 수도 1,911만7,649명으로, 전년보다 16만1,355명(0.9%) 증가했다. 전체 기업 수의 99.9%, 종사자의 80.4%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총매출액은 3,301조 2,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0.2%(7조7,746억원) 감소했다. 이는 2020년(2,675조원) 이후 2021년(3,017조원), 2022년(3,309조원)까지 이어진 매출 상승 흐름이 처음으로 꺾인 해이기도 하다.
업종별 통계에서는 산업 구조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기·가스·증기업이 전년 대비 17.0% 증가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정보통신업(12.2%), 전문·과학·기술업(7.4%), 도소매업(4.8%)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광업(-3.2%)과 제조업(-2.6%)은 기업 수가 줄며 전체 성장률에 제동을 걸었다. 제조업은 중소기업 매출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와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 종사자 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숙박·음식점업(2.5%↑), 도소매업(2.3%↑) 등 11개 업종에서는 고용이 늘었지만, 운수·창고업(-4.6%), 제조업(-0.5%) 등 7개 업종에서는 고용 감소가 나타났다.
매출액 역시 금융·보험업(17.9%), 숙박·음식점업(8.7%) 등 11개 업종에서 증가한 반면 제조업(-1.9%), 도소매업(-1.3%) 등 7개 업종은 하락했다.
특히 제조업의 매출 감소는 중소기업 전체 매출 하락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제조업은 중소기업 전체 매출에서 30% 이상을 차지해 그 영향력이 크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소재 기업 수가 436만2,179개로, 전년 대비 3.7%(15만5,400개) 증가했다. 비수도권은 393만6,736개로 2.6%(10만789개) 증가했으나, 증가폭은 수도권이 더 컸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히 뚜렷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서울·경기·인천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은 고부가가치 산업과 첨단 서비스업 중심의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기업 수 증가세를 견인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제조업 중심 구조로 인해 기업 수 증가폭이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통계청 기업통계등록부를 기반으로 가공된 이번 기본통계는 중소기업 정책 수립의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고용과 기업 수 측면에서는 양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매출 정체와 업종 간 격차, 수도권 집중 등은 질적 성장의 과제로 남았다.
전문가들은 "전기·가스·정보통신업 등 신산업 분야 중소기업의 성장이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주력 산업인 제조업에서의 부진은 경계해야 할 신호"라며 "중소기업 지원책이 단순한 창업 장려를 넘어 기존 기업의 지속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본통계는 정부가 정책 방향을 설계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고용과 산업구조, 지역 균형 등을 반영해 실효성 있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통계는 중소기업청 누리집 및 통계청 KOSIS 시스템 등을 통해 누구나 열람 가능하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