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8월, 고촌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톡톡! 이모티콘 챌린지’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많은 생각이 남았다. 이번 수업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넘어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 디지털 콘텐츠로 표현하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돕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첫 회차에서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여러분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익숙한 듯 낯선 질문에 학생들은 잠시 고민했지만, 금세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놀라웠던 건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가 서로 다른 개성과 세계관을 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이모티콘은 단순히 표정 하나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언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모티콘 제안을 염두에 두고 구성했기에 단순한 드로잉 실습을 넘어 기획-제작-제안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총 6회차 중에서 4회차에서 이미 제안서를 완성한 한 학생이 GIF 애니메이션 이모티콘을 시도한 일이었다. 드로잉 어플리케이션의 프레임 기능을 활용해 눈을 깜빡이고 손을 흔드는 귀여운 움직임을 구현했는데, 완성된 결과물을 본 다른 학생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도전은 수업 흐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창의성과 디지털 역량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창작은 새로운 언어라는 점이다. 종이와 연필로만 작업하던 세대와 달리, 오늘날의 학생들은 태블릿을 손에 쥐고 그림을 움직이고, 굿즈를 제작하고, 온라인 플랫폼에 제안하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수행해낸다. 그들에게 이모티콘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또래와 소통하는 언어였다. 나는 강사이자 예술가로서 이들이 창작의 즐거움과 성취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있다는 것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톡톡! 이모티콘 챌린지’를 통해 만난 학생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단순히 이모티콘을 만드는 과정을 넘어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며, 나아가 세상에 제안하는 경험을 통해 창작자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예술교육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시도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려 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나에게도 또 하나의 도전이었고, 학생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들의 상상력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무대를 더 많이 마련해 주고 싶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