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 정부의 인텔 지분 투자 구조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매각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대만 TSMC와 경쟁에서 뒤처져 막대한 적자를 기록 중인 인텔 파운드리에 대한 매각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 정부가 직접 지분 투자를 통해 사업 유지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다.
28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CFO는 독일 도이체방크 주최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지분 투자는 파운드리 사업 매각이나 분사를 막기 위해 설계된 구조”라며 “정부는 우리가 해당 사업을 스핀오프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워런트 조건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도록 한 일종의 마찰 장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인텔의 신규 보통주 4억3330만주를 주당 20.47달러에 매입해 지분 9.9%를 보유하기로 했다. 총 89억달러 규모로 이 중 57억달러는 반도체법에 따른 미지급 보조금에서, 나머지 32억달러는 국방부 ‘보안 반도체 독립화 프로그램’ 예산에서 충당된다. 5년간 주당 20달러에 인텔 지분 5%를 추가 취득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도 확보했는데 이는 인텔의 파운드리 지분율이 51% 밑으로 떨어질 때만 행사할 수 있다.
진스너 CFO는 “우리가 파운드리 지분을 50% 이하로 낮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워런트는 결국 행사되지 않고 만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의 지분 투자가 잠재 고객들에게 인텔을 ‘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며 긍정적 측면도 강조했다.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에서만 130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인텔은 퀄컴·엔비디아·애플 등 주요 칩 설계사의 수주를 확보하지 못하며 TSMC와 격차가 벌어졌다.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와 전직 인텔 이사들은 파운드리 부문 매각을 요구했고, 퀄컴이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지분 투자 구조는 사실상 인텔이 해당 카드를 쓰기 어렵게 만든 셈이다.
진스너 CFO는 또 “이번 분기 현금 조달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정부 자본 전환으로 현금 확보가 보장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전날 정부 자금 57억달러를 수령, 나머지 32억달러는 국방부와 합의된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이와 함께 모빌아이 지분 10억달러 매각, 알테라 지분 51%를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에 매각하는 거래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개입이 인텔의 단기 유동성에는 도움을 주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 없이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FT 역시 “트럼프 행정부와의 거래가 인텔의 손을 묶었다”며 “적자를 기록해도 파운드리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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