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28일 오전 10시 50분, 신세계 강남점 지하 1층은 이른 시간임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델리 전문관을 찾은 20대 대학생 양모 씨는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매장이 있다고 해서 점심시간을 피해 왔는데, 먹을 자리를 찾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현장 직원들도 “아침부터 고객이 몰린다”고 전했다. 일부 매장은 손님이 몰리자 대기줄을 통제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연장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6일 강남점에 1200평 규모의 프리미엄 델리 전문관을 열었다. 2024년 2월 ‘스위트 파크’를 시작으로 ‘하우스 오브 신세계’, 올해 2월 ‘신세계 마켓’에 이어 완성된 이번 델리관까지 더해 약 2년동안 준비했던 강남점 식품관은 총 6000평 규모로 확대됐다. 국내 백화점 업계 최대 수준이다.
유명 셰프·해외 맛집 협업
이번 델리관에는 200여개 매장이 들어섰다. 한식, 양식, 아시안 등 장르별로 유명 셰프와 현지 인기 브랜드를 앞세웠다. 여경래 셰프와 협업한 ‘구오 만두’, 미쉐린 1스타 김도윤 셰프의 ‘서연’, 일본 교토의 오니기리 전문점 ‘교토 오니마루’ 등이 대표적이다. 제철 채소를 활용한 샐러드바 ‘베지 스튜디오’나 벨기에 고디바의 크레페 매장처럼 국내 첫선을 보이는 브랜드도 적지 않다.
또 건강 전문관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스포츠·수면·스트레스 관리용 건강보조식품을 큐레이션 방식으로 제안한다. 전통주 전문관에서는 이강주, 문배주 등 지역 양조장과 협업해 200여 종의 상품을 선보이며 고가 제품과 젊은층 취향의 막걸리 브랜드도 함께 내놨다.
왜 식품관인가
강남점은 전국 매출 1위 백화점이지만 기존 식품관 규모는 2100평 수준으로 작은 편이었다. 패션·명품에 비해 접근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 식품관 확장은 모객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쇼핑 중에 식사를 해결하거나, 반대로 식사를 하러 왔다가 쇼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신세계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가 오픈 1년 만에 매출 141% 증가, 신규 고객 61%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신규 고객 절반 이상이 MZ세대였고, 외국인 매출도 247% 늘었다.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와 연계해 강남점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업계 정체기 돌파 전략
국내 백화점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성장세가 둔화됐다. 백화점 3사(신세계, 롯데,현대) 합산 영업이익은 2020년 6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가 2022년 반등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신세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회사는 2030년까지 백화점 매출 4조원을 목표로 내걸고, 핵심 점포 리뉴얼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구 구조 변화로 20~30대 젊은층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점도 이번 투자의 배경이다. 세대별 소비 패턴이 파편화되면서, 과거처럼 전국적으로 동일한 포맷을 확산하기보다 특정 상권에 맞춘 맞춤형 ‘하이브리드 포맷’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 유통 업계 관계자는 “획일화된 공간과 구성으로는 요즘 세대 고객을 끌어들이기는 힘들다”면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맞춰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것이 요즘 오프라인의 방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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