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참석을 시사하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단순한 경제 협의를 넘어 북미 대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29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5일 한미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투자 구매, 또 제조업 협력 등에 대해서 정상 차원의 논의가 있었고 앞으로 이러한 후속 협의가 더 진전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APEC 참여를 위한 방한 의향을 드러낸 가운데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은 APEC 참여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통일부 정동영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에 또 방한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APEC 참석 차 방한하는 계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보호무역 기조가 글로벌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세계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2.8%로 0.5%포인트 낮췄다. 이는 주로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에서 기인했다. IMF는 미국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승자와 패자가 명확한 제로섬 세계관에 갇혀 있어, 전통적인 윈윈(win-win) 무역 체제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국처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반도체·자동차 수출 감소와 고용 위축 등 직격탄을 맞을 위험이 크다.
미국과 가장 큰 무역 갈등을 겪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 역시 APEC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혀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하는 APEC이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다자무역 질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다자무역체제 강화와 무역투자 자유화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 저지 기여, 역내 기업활동 환경개선, 역내 기업인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실질적인 민·관 협력 추진의 취지로 개최돼왔다. 회원국은 총 21개국으로, 전 세계 GDP의 62.2%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협의체다.
일정은 10월 27일부터 이틀간 최종고위관리회의, 29일부터 31일까지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정상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국립외교원 반길주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것을 계기로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목표로 나아갈 수 이는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국가 모두 제3자를 제외한 양자 담판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정상회담에서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라는 공조의 틀을 만들었으니 APEC 때 이를 업그레이드시켜 외교적 진전으로 활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PEC 준비지원단 관계자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APEC 개최가 목표”라며 “한 달 이상 리허설 기간을 두고 있지만 크게 변동된 게 없을 정도로 꼼꼼하게 점검하며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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