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품에 안긴 동양생명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영업력 확대를 위해 시책을 높이고 부동산 매각에도 나섰다.
보험사 인수가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를 위한 유일무이한 방편이었음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동양생명은 어떻게든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처지다.
여건이 녹록지만은 않다. 동양생명은 인수합병에 따른 위로금과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과징금 부담도 남아있으며 향후 금융당국이 강화할 자본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시책 경쟁 앞장…부동산 매각까지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일부 전속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8월 업계 최대 시책을 내걸었다. 이달 치매간병보험 월납보험료 시책률은 최대 2200%에 달했다.
시책은 보험설계사가 보험모집을 통해 모집수수료 외에 추가로 받는 특별수당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당국이 계약 1차년도에 적용되는 보험 모집수당 상한제인 1200%룰을 권고하고 있지만 1년 이상을 기준 삼아 각종 수당까지 고려하면 홍보되는 시책률은 그 이상이 된다.
동양생명이 2200%를 내세운 건 이달 초 삼성생명이 같은 보험에 대해 2000% 시책을 내세운 데 따른 대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동양생명은 보장보험에 최대 2200%, 종신보험에 최대 800%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생명은 주요 지점과 연수원 등을 최근 매각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냈다. 알려진 곳은 수도권 지점 3곳과 인재개발원, 지방 지점 5곳이다. 업계는 이를 현금 확보와 위험계수로 반영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상반기 영업력 개선됐지만 실적 부진
동양생명은 지난달 초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되면서 암묵적으로 그룹 숙원 과제인 비은행 강화에 기여해야만 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한마디로 수익성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됐다는 얘기다.
이를 알고 있듯 동양생명 성대규 대표는 최근 우리금융 영업맨이 됐다. 성 대표는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수도권 22개 영업지점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 격려에 나섰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사실상 설계사들의 영업력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 지점까지 아침 일찍 방문해 독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직원들에게 강조해 온 메시지는 ‘생보사는 전속설계사 채널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성 대표가 첫 행보로 설계사 사기를 돋우러 나선 의중을 뒷받침한다.
우리금융으로의 편입이 완료되기 전까지만 해도 동양생명의 미래는 다소 불확실했기에 영업력은 위축될 수 있었으나 상반기 DM(다이렉트마케팅)채널을 제외한 FC(전속설계사)채널, GA채널, BA(방카슈랑스)채널은 모두 성장세였다. 신계약 연납환산보험료(APE) 과반을 차지하는 건강상품 신계약 APE는 57.5% 증가한 220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영업지표 개선에도 올해 상반기 동양생명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급격히 악화된 실정이다. 동양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은 868억원으로 전년 대비 47.1% 줄었다. 보험수익이 같은 기간 48.5%로 급격히 감소해 704억원에 그친 결과다. 투자수익도 57.3% 하락한 310억원에 그쳤다.
수익성 부담 요인 산적
동양생명이 설계사 영업력 개선 등으로 수익성 확대에만 몰입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동양생명은 노동조합으로부터 사측에 월급의 1200%에 해당하는 매각 위로금과 특별성과급 등을 지급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이로 인한 노사 갈등은 협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필연적이다.
수익성을 갉아먹는 비용 들어갈 곳은 또 있다. 동양생명은 고객 동의 없이 판매 자회사인 동양생명금융서비스에 개인정보 및 신용정보를 넘긴 혐의로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받았다. 최종 의결 절차는 남아있으나 부담이 적지 않은 셈이다.
과징금이 확정되면 우리금융이 인수한 금액의 10% 이상인 손실이 불가피한데 이는 건전성에도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동양생명은 올해 2분기 잠정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175%로 전분기 대비 48%p 올라 당국 권고치(150%)를 크게 웃돌게 됐지만 안심할 순 없다. 이는 동양생명이 지난 4월 말 5억달러(약 6900억원) 규모로 발행한 후순위채 영향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앞으로 보험사가 자본의 질도 높이도록 기본자본에 기반한 킥스 비율을 도입할지 검토 중이다. 기본자본에는 납입자본금, 이익잉여금, 자본잉여금 등이 있는데 신종자본증권은 여기에 포함되지만 후순위채는 배제된다. 동양생명이 발행한 외화 후순위채는 이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시 거품이 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동양생명은 내달 예정된 3억달러 규모인 외화 신종자본증권 상환을 앞둬 기본자본 감소가 예상된다. 업계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동양생명의 기본자본 킥스비율(57.4%)이 콜옵션 행사 시 50%로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관련 동양생명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지금 기본자본 비율은 전혀 기준이 없다”며 “당국에서 기본자본 비율로 하는 게 어떨지 논의가 나온 거라 나오지 않은 규정에 대해 미달됐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직원 위로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관계자는 “동양생명 노조의 카운터파트(상대방)는 성대규 사장으로 노조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시책에 대한 더리브스 질의에 “1200%룰은 당해년도 기준으로 2000% 이상을 내세우는 건 2년치, 3년치로 넘어가는 거고 회사마다 다르다”라며 “숫자만 보면 과열 경쟁으로 볼 수 있겠으나 합산해서 나온 수치라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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