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처음 발을 디딘 인류는 약 수십만 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로 추정된다.
구석기 시대의 그들은 불을 사용하고 석기를 다루며, 끝없이 이어진 빙하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이동을 반복했다. 오늘날의 한반도는 산악 지형이 많아 당시 수렵채집민들에게 매력적인 초지나 넓은 평야는 아니었지만, 빙하기의 혹독한 추위와 기후 변화가 이곳으로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인류의 첫 발자국은 단순한 정착이 아니라, 기후와 생존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흔적이었다.
▲ 호모에릭투스는 한반도의 최초의 인류라는 설이 검증되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가 한반도에 도착한 이유를 두고 학계는 빙하기와 기후변화의 영향을 주목한다. 당시 빙하기는 해수면을 낮추고 대륙과 섬을 연결했다. 육지의 폭이 넓어지면서 지금의 한반도와 만주, 일본 열도 일부가 연결되어 인류의 이동 경로가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이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새로운 땅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했으며, 수렵과 채집을 위해 이동하던 그들의 본능은 낯선 산악지형 속에서도 생존의 가능성을 찾게 했다.
사람들이 왜 한반도로 내려왔는지는 당시의 자연환경과 밀접하다. 한반도는 완전히 비옥한 초원은 아니었지만, 산악지형과 하천, 해안이 어우러진 복합적 환경이었다. 빙하기로 인해 숲과 초지가 확장과 축소를 반복했고, 대형 동물들이 남하하면서 수렵 자원의 기회도 주어졌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했던 인류에게 기후변화는 이동을 강제하는 신호였다. 빙하기의 추위는 혹독했지만, 동시에 인간의 발길을 새로운 땅으로 이끌었다.
구석기 시대 인류의 가장 큰 특징은 도구 사용과 불의 활용이다. 호모 에렉투스는 석기를 제작하고 불을 다루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 이러한 기술은 한반도의 산악 지형 속에서도 동굴과 강가를 거점으로 삼을 수 있게 했다. 한반도는 수렵채집민들에게 최적의 장소는 아니었지만, 강수량과 기온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생존 가능성을 제공하는 장소였다. 결국 이동과 적응의 반복 속에서 한반도는 인류의 임시 거처이자 새로운 실험장이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시기는 약 3~4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당시 인구 밀도는 낮았다. 이는 곧 기후의 가혹함과 지형의 한계 때문이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초지와 습지가 적었고, 빙하기로 인한 먹거리 부족이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이동 경로 상 중요한 중간 지점이었다. 인류는 단순히 ‘살 만한 곳’을 찾은 것이 아니라, 생존의 연속성 속에서 잠시 머물렀다.
빙하기는 인류에게 이동을 강제한 거대한 힘이었다. 기온이 떨어지고 빙하가 확장되면 북쪽에서 남쪽으로의 이동이 불가피했다. 한반도는 이러한 남하 과정의 자연스러운 종착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빙하가 물러나고 다시 기온이 상승하면, 인류는 또다시 새로운 터전을 찾아 움직였다. 한반도에 남은 유적들은 이 같은 주기적인 이동의 흔적을 보여주며, 인류와 기후가 끊임없이 밀고 당기는 관계였음을 증명한다.
한반도의 지형은 험준했지만, 강과 바다라는 자원이 있었다. 동해와 서해, 남해로 둘러싸인 반도는 어로 활동의 가능성을 제공했고, 강 유역은 계절에 따라 다른 식량원을 보장했다. 사냥과 채집만으로는 부족했던 환경에서, 해양 자원은 생존을 가능케 한 숨통이었다. 이는 곧 인류가 단순한 수렵민을 넘어 새로운 생존 전략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후변화와 인류 이동의 상관관계는 단순히 생존의 문제를 넘어 문화적 발달에도 영향을 끼쳤다. 환경은 인류에게 끊임없이 도전 과제를 던졌고, 그 과정에서 도구, 불, 의복, 예술이 탄생했다. 한반도에서도 이러한 흔적은 발견된다. 구석기 시대의 유적과 유물은 단순한 생활 흔적이 아니라,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어떻게 인간이 자신을 지켜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해수면은 상승했고, 육지로 연결되었던 길은 바다에 잠겼다. 인류의 이동 경로는 바뀌었고, 한반도는 더 이상 ‘길목’이 아닌 독립된 반도가 되었다. 이 시점부터 인류는 단순한 이동을 넘어 ‘정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농경 이전까지는 여전히 인구 밀도가 낮았지만, 한반도는 점차 새로운 문명의 발판이 되어갔다.
결국 한반도에 최초로 발을 디딘 인류의 이야기는 단순한 ‘언제 왔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왜 그들이 이곳에 왔는가,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는가의 질문이다. 빙하기라는 거대한 기후 변화, 생존을 위한 수렵과 채집, 그리고 인간 특유의 호기심과 적응력이 어우러져 한반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인류는 기후의 변화를 따라 움직였고, 한반도는 그 거대한 여정의 한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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