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증가하면서 경기 지표가 5개월 만에 ‘트리플 증가’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의 긍정 신호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 생산이 동반 감소해 반쪽 회복에 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5년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 2020=100)는 114.4로 전월보다 0.3% 상승했다. 이는 6월(1.5%)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세부적으로 건설업(-1.0%)은 감소했지만, 광공업(0.3%), 서비스업(0.2%), 공공행정(2.8%)이 모두 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
광공업 생산을 업종별로 보면 전자부품(20.9%)과 기계장비(6.5%)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OLED, 인쇄회로기판 등 전자부품 생산이 급증했고, 반도체 조립장비와 굴삭기 같은 특수목적용 기계 생산도 호조를 보였다. 반면, 자동차(-7.3%)와 반도체(-3.6%)는 동반 감소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불안을 드러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4%로 전월보다 0.1%p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 차질과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재고조정 국면이 길어지는 만큼 하반기 생산 회복세가 완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0.2% 늘어 전월 증가세를 이어갔다. 업종별로는 금융·보험(-6.0%)과 전문·과학·기술(-2.5%) 부문이 줄었으나, 도소매(3.3%), 정보통신(3.1%), 협회·수리·개인서비스(8.4%)에서 증가가 뚜렷했다.
특히 도소매업은 생활용품과 식료품·담배 도매가 늘면서 전체 서비스업 성장의 핵심 역할을 했다. 정보통신업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시스템 통합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도소매(5.8%), 보건·사회복지(4.8%) 등 내수 관련 업종이 성장을 주도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4.5로, 전월보다 2.5% 늘었다. 이는 2023년 2월(6.1%) 이후 29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품목별로는 내구재(5.4%), 준내구재(2.7%), 비내구재(1.1%)가 모두 상승했다. 통신기기·컴퓨터,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가 눈에 띄었고, 의복과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도 반등했다. 음식료품과 의약품 등 생활 밀접 비내구재도 고르게 늘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와 함께 통신기기 신제품 출시, 의약품 소비 확대가 모두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태별로는 온·오프라인의 격차가 드러났다. 면세점(-20.5%) 판매는 크게 줄었고, 슈퍼마켓·잡화점(-2.4%), 대형마트(-2.6%)도 부진했다. 반대로 무점포소매(4.6%), 승용차·연료 소매점(7.1%), 전문소매점(3.0%)은 성장세를 보이며 소비 구조의 변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설비투자는 115.7로 전월보다 7.9% 증가하며 지난 2월(21.3%)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반등을 기록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류(3.7%)와 자동차·항공기 등 운송장비(18.1%) 모두 증가했다. 특히 항공기 수입은 6월 8.2백만 달러에서 7월 11.8백만 달러로 급증해 투자 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전년동월 대비로는 -5.4%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는 늘었지만 운송장비(-16.5%)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건설 부문은 엇갈렸다. 건설기성(불변)은 전월 대비 1.0% 감소했다. 토목(10.1%)은 증가했지만, 주거·비주거 건축(-4.8%)이 줄며 전체 감소로 이어졌다. 반면 건설수주(경상)는 전년동월 대비 22.4% 증가했다. 토목(-14.6%)은 부진했으나, 주택 건축 수주가 99.8% 급증하며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
경기 지표는 혼조세를 보였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0으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내수 출하지수와 수입액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향후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1.5로 0.5포인트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와 장단기금리차 확대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 연구위원은 “소비와 설비투자 회복이 긍정적이지만,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주력 업종의 생산 둔화는 향후 경기 모멘텀을 제약할 수 있다”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효과가 단기적 소비 확대에 그칠지, 장기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7월 산업활동은 생산(0.3%)·소비(2.5%)·투자(7.9%)가 동시에 늘어나며 경기 반등의 신호를 보였다. 그러나 수출 주도형 산업 구조의 불안정성,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부진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향후 경기 흐름은 소비 심리 유지 여부와 글로벌 경기, 특히 미국과 중국의 수요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는 추경 집행과 정책적 소비 진작을 통해 하반기 경기 회복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제조업 수출의 반등 없이는 성장세가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
[뉴스로드] 홍성호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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