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카자흐스탄의 명문 구단 카이라트(FC Kairat Almaty)가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처음으로 진출하며 유럽 축구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알마티를 연고로 한 이 클럽은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스코틀랜드의 전통 강호 셀틱을 승부차기 끝에 제압하고 리그 단계(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카이라트는 챔피언스리그 70년 역사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도시에서 참가하는 클럽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 소련 시대부터 이어진 카자흐스탄의 상징
카이라트는 1954년 창단해 소련 리그에서 24시즌을 소화하며 카자흐스탄을 대표했던 팀이다. 독립 이후 창설된 카자흐스탄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네 차례 정상에 올랐으며, 수도 아스타나가 아닌 알마티의 상징적인 클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홈구장은 약 2만4천 석 규모의 알마티 중앙 스타디움으로, 2007년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포르투갈 대표팀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 아시아가 아닌 유럽에서 뛰는 이유
카자흐스탄은 지리적으로 아시아 대륙에 속하지만, 2002년 아시아축구연맹(AFC)을 떠나 UEFA에 합류했다. 당시 축구협회는 “유럽과의 역사적·문화적 연계성”을 강조하며 유럽 무대에서 경쟁하기를 원했고, UEFA가 이를 받아들였다.
덕분에 카자흐스탄 구단과 국가대표팀은 유럽 대항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카이라트도 2021-2022시즌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조별리그에 나선 바 있으며, 이번에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 팬들에게는 ‘극한의 원정’
알마티는 런던에서 직선거리로 약 5,600km나 떨어져 있으며, 직항편도 많지 않다. 프랑스 파리보다 일본 도쿄가 더 가깝다. 따라서 이번 본선에서 카이라트를 상대하게 될 유럽 빅클럽 팬들은 험난한 원정을 각오해야 한다. 날씨도 변수다. 9월에는 평균 18도로 비교적 온화하지만, 1월에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이 예상된다.
카이라트는 카자흐스탄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되 포르투갈, 이스라엘, 브라질, 러시아 등 다국적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지휘봉은 전 카자흐스탄 국가대표 공격수였던 라파엘 우라즈바흐틴(46) 감독이 잡고 있으며, 부임 첫해에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 챔피언스리그의 새로운 지리적 기록
이번 진출로 카이라트는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동단 참가팀’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반대로, 노르웨이의 보되/글림트는 북극권 연고지를 둔 최북단 참가팀이 되었으며, 이스라엘의 마카비 텔아비브와 하포엘 텔아비브가 최남단, 아이슬란드의 케플라비크가 최서단 구단으로 기록돼 있다.
카이라트는 본선 리그 단계에서 총 8경기(홈 4경기, 원정 4경기)를 치르며 유럽 전역의 빅클럽들과 맞붙을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축구에 있어 이번 진출은 단순한 구단 성과를 넘어 국가적 상징이자, 향후 축구 발전을 견인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UEFA 챔피언스리그 X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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