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3일(현지시간) 열병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베이징 한복판에서 열리는 군 행사에 참석한 모습은 단연 관심을 끌 것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주요 외교적 승리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서뿐만 아니라 외교 강국으로서도 중국의 힘을 국제 무대에 투사하고자 노력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 관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시 주석은 중국이 안정적인 무역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에서 푸틴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발표였던 김 위원장의 참석 소식 역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날 의향을 내비쳤다.
과거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은 결국 돌파구 없이 끝났음에도, 또다시 시도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는 동안 시 주석은 이 게임에서 자신이 지정학적 패를 쥐고 있음을, 비록 제한적일지라도 자신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향후 어떤 합의에서도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공식적으로 항복하며 점령했던 일부 중국 영토를 포기한 지 80주년을 기념해, 오는 9월 3일 열릴 열병식에서 중국은 군사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군사력 과시 이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열병식이 열리는 시점이 중요하다.
앞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말 이 지역을 방문할 수 있으며, 시 주석과의 회담에도 열려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관세 협정이나 미국 내 틱톡 매각 문제부터 러시아를 설득해 우크라이나 내 휴전 혹은 그 이상을 끌어낼 수 있는 중국의 역량까지 중국과 미국 정상 사이에는 논의할 의제가 무수히 많다.
그리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모두를 만나게 될 시 주석은 향후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결코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은 채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할 수 있다. 오히려 북한과 러시아 두 정상과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하면, 시 주석이 미국이 파악하지 못한 정보까지 쥐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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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북한은 서방 세계의 시각에서는 외톨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으로 인해 더 오랜 기간 국제사회에서 배척되었으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면서 더욱 강한 비난에 직면했다.
그렇기에 중국의 이번 열병식 초청은 김 위원장에게 큰 성과다. 북한 지도자가 중국 열병식에 참석한 것은 1959년이 마지막이었다.
2019년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으로 만난 이후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북한 핵 프로그램 억제를 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당시에도 베이징에 먼저 들린 바 있다.
한편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더욱 밀착하는 가운데, 시 주석은 주변부로 떨어져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어쩌면 중국의 의도였을 수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공개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중국이 러시아가 전쟁에 활용할 수 있는 부품을 공급함으로써 사실상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과거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과정에서 북중 관계가 악화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 소식을 통해 그렇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중국과의 관계는 북한 입장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북한이 수입하는 식량의 약 90%가 중국에서 들어오는 등 현재 북한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또한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물론 인도네시아, 이란 등 다른 전 세계 지도자들과 함께 같은 무대에 서는 모습은 김 위원장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
한편 시 주석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가능성을 앞두고 이번 행사는 미국을 상대로 쓸 만한 외교적 지렛대이다.
미국과 중국은 파멸적인 관세와 무역전쟁을 피하고자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90일간의 추가 유예 기간에 돌입했으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은 미국과의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가능한 한 강력한 협상 카드를 손에 넣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시 주석에게는 제시할 만한 카드가 많다. 과거 김 위원장과 만날 당시에도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도왔다. 이번에도 시 주석이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더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이다.
그리고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바로, 시 주석, 푸틴,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간 4자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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