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6선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선출되면서 강경 노선의 흐름을 타고 쟁점 법안이 줄줄이 통과됐다. 추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방송·검찰개혁·노동입법을 비롯한 굵직한 법안들을 연달아 상정하며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6선 추미애 위원장에 맞서 나경원 의원을 야당 법사위 간사로 임명하며 '중진 빅매치'를 예고했다.
추 위원장은 지난 26일 법사위 회의를 첫 주재한 이후 ▲3대 특검 수사기간 연장 법안, ▲윤 전 대통령 CCTV 열람 동의와 관련한 법적 쟁점, ▲지귀연 판사를 향한 저격성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입법 폭주이자 권력 남용"이라며 윤리위원회 제소 방침까지 천명해 대립은 격화되는 모양새다.
법사위원장에 오른 추미애 의원은 임명 직후 "국민 앞에 책임을 다하는 입법기관의 모습을 보이겠다"며 개혁 법안 신속 처리를 공언했다. 특히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검찰청 존폐 문제는 권력기관 개혁의 상징적 사안으로 꼽히는 만큼 추 위원장이 이를 앞세운 것은 강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 위원장의 스타일은 과거 법무부 장관 시절처럼 뚜렷하다. 물러서지 않고 곧장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이번 정기국회는 정청래 당대표와 함께 입법 강행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 연장법 일사천리로 통과…9월1일 尹 CCTV열람
이번 법사위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안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수사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이다. 기존 특검법은 수사 기간을 60일로 제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최소 30일 이상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 위원장이 주재한 법사위 회의에서는 특검 검사 인원도 기존 40명에서 60명으로, 파견 공무원도 80명에서 12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의 범위와 권한이 확대되면서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지도부는 "민주당이 특검을 무기화해 정권을 공격하려는 것"이라며 "입법 폭주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추 위원장은 26일 오후 법사위를 소집하고 장경태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당론법'으로 상정한 뒤 소위에 회부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일방적인 법안 상정·소위 회부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위가 발의한 개정안에는 특검의 수사 범위·인력 규모 확대 등이 포함됐다. 수사 기간은 내란·김건희 특검은 기본 90일, 채 해병 특검은 기본 60일로 정했다. 필요 시 30일씩 최대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차 연장은 특검 내부 판단, 2·3차 연장은 대통령 재가를 받도록 규정해 국민의힘을 향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어 '현장검증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상정해 일사천리로 의결하며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다음 달 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내 CCTV를 열람한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26일 첫 법사위 회의를 진행하면서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전 대통령의 수감 중 특혜 제공 여부와 윤 전 대통령의 특검 출석 요구 당시의 CCTV 등 영상기록을 열람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수사 방해 정황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사위는 관련 영상을 국민에게도 공개할지를 두고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방침이다.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CCTV 공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바로 다음 날인 27일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귀연 판사를 겨냥했다 추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혐의 사건의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해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으로 대법원이 조속히 인사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양심 있는 제보자는 그날 접대비로 650만원을 송금한 내역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같이 룸살롱에 동석했던 연수원 동기 변호사의 증언까지 존재한다"며 "몇 차례 접대가 있었는지, 무엇을 부탁받았는지를 떠나 650만원어치의 향응을 받은 사실만으로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법원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듯 5개월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지귀연은 여전히 윤석열 내란수괴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며 "법을 수호해야 할 대법원과 윤리감찰관실의 처신이 양심 있는 개인의 행동보다 더 정의에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추 위원장은 "자판기 커피 몇 잔의 단 800원 때문에 해고된 버스 기사가 있는가 하면, 650만원의 향응을 받아도 아무 문 없는 판사가 있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추미애 윤리위 제소 검토…민주주의 테러"
국민의힘은 추 위원장의 강공 드라이브에 대해 "국회 운영 원칙을 무시한 독선"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26일 법사위 첫 회의 직후 국회에서 추 위원장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며 "국회법 49조에는 위원장이 의사일정 등을 간사와 협의해 정하게 돼 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과 단 한 줄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았다. 49조 정면 위반이자 국회의 한 축인 야당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추 법사위원장이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한 고발 대상을 일방적으로 선정한 뒤 의결하고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관련 '서울구치소 현장 확인 및 CCTV 등 영상기록 열람의 건'도 야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상정한 뒤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부터 법안이 올라올 때마다 토론신청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추 법사위원장의 의사진행은 폭력적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국회가 진행된다면 입법기관으로서 국회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추 위원장을 윤리특위에 제소할 것을 원내대표부에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나경원, 법사위 간사 맡으며 추미애 맞불 '중진 빅매치'
국민의힘은 대여투쟁 수위를 높이기 위해 5선 중진의 나경원 의원에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5선 중진이 간사를 맡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6선의 추 위원장에게 맞불을 놓는 셈이다. 6선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것도, 5선 의원이 간사를 맡는 것도 이례적이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이제 선수(당선 횟수)와 관계없이 어떤 상황과 관계없이 저희가 전투모드로 들어가야 되는 상황이다. 나경원 의원이 법사위 간사 역할을 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발표 직후 연찬회 행사장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나 의원은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 마음을 모아 (민주당을) 막아내는, 정말 온 힘을 다해야 되는 그런 책임감으로 하겠다. 대한민국이 어렵지 않으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데 지금 너무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9월 셋째 주에 대정부 질의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제는 좀 결연하게 대응해야 될 상황"이라며 "의원들께서 적극적으로 상임위에 출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원들이 다 열심히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있지만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원내 행정국에서 본회의, 상임위 출석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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