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르포] “우리 지구 지켜주길”...폭염 속 모인 시민들, 9·27 기후행진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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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르포] “우리 지구 지켜주길”...폭염 속 모인 시민들, 9·27 기후행진 선포

투데이신문 2025-08-28 16:58: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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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 기후정의행진이 28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927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기후정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927 기후정의행진이 28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927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기후정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처서 매직’, 처서가 지나면 마법처럼 날씨가 선선해진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다. 탄생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신조어로 평가되지만 일각에서는 벌써 이 단어가 유명무실한 희망사항으로 전락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다가오지만 끓는 듯한 더위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처서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스콜성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927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기자회견’이 열린 28일 오전 10시에도 30도가 넘어가는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927 기후정의행진(이하 기후행진)도 내리쬐는 불볕에 광장의 작은 인공물과 인근 버스정거장 등 그늘을 찾아 몸을 피하기 일쑤였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은 기후정의 실천을 목적으로 사회 각계의 시민이 모인 화합의 장이었다. 청년과 노인, 외국인과 아이들, 동물 등 한 공간에 좀처럼 모이기 힘든 이들이 지구의 건강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들었다. 모두가 지속가능한 미래와 기후정의행진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었다.

‘CLIMATE JUSTICE(기후정의)’ 문구가 적혀 있는 수제 손피켓. ⓒ투데이신문

현장에서 청년 신혜슬(20대)씨는 “기후위기는 더 이상 언젠가 닥쳐올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의 목을 옥죄는 생존의 문제”라며 “이제 여름과 겨울은 갈수록 가혹한 계절이 되고 있다. 그건 이 자리에 계신 모두가, 그리고 이곳을 지나가시는 시민분들도 느끼고 계실 것”이라고 외쳤다.

양대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기후위기와 민주주의의 위기, 불평등은 연결돼 있다”며 “우리는 퇴진 광장의 연장선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끝내고 모든 생명이 존엄하게 살아갈 세상을 지향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번 여름도 우리 사회는 역대급 폭염과 폭우를 겪었다”며 “온실가스 감축과 사회 전환이 지체되고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일터와 삶터에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기후정의를 위해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 이후 기후행진이 수제 손피켓을 높게 들며 구호를 외치자 상업 상표가 그려진 손피켓의 뒷면이 일제히 드러났다. 뻥튀기, 당면, 커피콩, 채소 등을 담았던 종이 상자를 피켓으로 재탄생시킨 모습이었다. 행진과 집회마다 등장해 기후행진에게는 익숙한 마스코트가 됐다는 지구 공은 곳곳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알뜰한 재사용의 흔적이었다.

927 기후정의행진 활동가가 친환경 채소박스를 재활용해 기자회견용 손피켓을 제작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녹색 크레파스로 칠한 종이박스 조각에 흰색 문구로 ‘CLIMATE JUSTICE(기후정의)’를 적고 구호를 외치던 박이을(9)군은 “지구가 깨끗하고 나무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기후행진 선포식 참여 목적을 밝혔다. 그는 “학교에서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대해서 공부했다. 친구들도 환경오염에 대해서 걱정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 지구를 지켜주길 바란다”며 수줍게 웃었다.

기후행진의 열정과 별개로 그늘 한 점 없는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뜨겁게 끓는 날씨를 견디며 이들의 외침을 경청하는 행인은 많지 않았다. 양산을 든 몇 명의 시민이 걸음을 멈추긴 했지만 호기심 어린 표정도 잠시 대부분이 땀을 훔치며 바쁘게 행선지를 향해 사라졌다.

기자회견이 마무리 돼 갈 무렵 양산을 들고 현장에 다가온 교사 이민정(50대)씨는 홍보 포스터 한 장을 받아가며 “우연히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이전에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 행사여서 반가워 포스터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후위기에 대해 변화를 촉구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있는 부모로서 아이들 세대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살 만한 세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올해도 가능하면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후행진 포스터를 배부 및 부착 활동을 진행한 김명철 활동가(30대)는 “시민분들께서 기후행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하셨으면 좋겠다”면서 “올해는 최소 5만명은 모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927 기후정의행진이 28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927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기자회견’에서 기후 부정의를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927 기후정의행진이 28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927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기자회견’에서 기후 부정의를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기후행진은 2023년과 지난해만 3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오는 9월 27일에 열리는 기후행진은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정부에 6대 요구를 전하고 관철하기 위해 진행된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충북 등 지역에서도 행진이 열린다.

이들은 ▲기후정의에 부합하는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전환계획 수립 ▲탄소중립기본법 전면 개정 ▲핵발전소 건설 중단 ▲탈석탄·탈화석연료 계획 수립 ▲재생에너지 민영화 중단 ▲무분별한 개발사업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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