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국내 택배 기업들의 수익을 책임지는 물류센터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대형 플랫폼의 자체 물류 시스템 구축과 C커머스의 국내 진출 이후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기존 택배 기업들의 물동량이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여기에 물류센터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은 오히려 늘면서 수익성은 더욱 쪼그라든 실정이다.
28일 시장조사기관 컬리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상온 물류센터 공실률이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저온 물류센터 공실률의 경우 40%를 돌파하며 심각한 부침에 직면했다.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화주사 이커머스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택배 기업들의 물류센터도 비어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경기 불황과 미국 관세 이슈를 원인으로 꼽았다. 내수 경기 위축으로 재고 확보와 출고 모두 위축되면서 물량이 대폭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관세 인상을 우려한 기업들이 물량을 조기 반출해 국내 물류센터를 건너뛴 여파가 현재에 이르러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 고금리 현상 장기화로 기업의 투자 여력이 낮아짐에 따라 신규 화주 확보 역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물동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인건비와 유류비, 관리비 등 고정비 압박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물류센터 가동률이 하락할수록 고정비 비중은 증가해 손익 악화로 직결된다. 냉난방, 전기 등 에너지 단가 상승과 유류비 인상 등이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
줄어든 물량을 같은 시설에서 처리하면서 단위당 처리 비용이 급격히 뛰는 구조로 뒤바뀐 것이다. 고정비 확대는 공실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화주사와 임차 기업은 계약기간을 단축하거나 해지하는 상황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류센터 공실률이 상승하고 저온 창고는 가동하지 않아도 냉각 설비를 유지해야 하는 탓에 다른 물류센터보다 비용 부담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 수요는 줄고 기존 임대 조건은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임대 시장은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입주사를 유치하려는 모양새다.
과거 물류 업계는 장기 계약 시 3개월 임대료를 면제해 주는 ‘렌트 프리’ 관행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무상 임대 기간이 6개월에서 1년까지 제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임차인에게는 단기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이 같은 행태 임대주 간 ‘치킨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공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지비 부담을 임대주가 떠안게 돼 수익을 줄여서라도 입주사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계약 조건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물류 부동산 투자가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당시 누렸던 특수의 후유증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물류 수요가 급증해 센터를 증설 붐까지 발생했지만, 단기간 수요 폭증에 맞춰 확장한 인프라는 현재 과잉 공급으로 변질되면서 공실률만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간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서 공실률은 안정될 수 있지만, 물동량 감소와 고정비 상승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물류센터의 압박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원태 통합물류협회 부문장은 “C커머스의 국내 진출로 택배기업의 반등이 예상됐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효과가 미치지 않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당초 예상보다 긴 2027년까지도 불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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