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토교통부가 우기를 앞두고 전국 건설현장을 전수 점검한 결과 5,372건에 달하는 부실 시공 및 안전관리 위반 사항이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 대상에는 국내 주요 10대 건설사도 포함됐으며 이들로부터만 213건의 지적 사례가 나왔다. 현장 안전관리 체계가 구조적으로 허술하다는 점이 재차 드러난 셈이다.
이번 대대적인 점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국토교통부 및 산하 12개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점검은 지난 5월 19일부터 7월 15일까지 40일간, 국토부를 중심으로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가철도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등이 참여해 총 2,015개 현장을 대상으로 933명의 인력을 투입한 대규모 합동 조사 형태로 진행됐다.
28일 점검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은 지적 사항은 '안전관리 부실'(3,157건)이었다. 특히 추락 방지 조치 미흡, 가설 구조물 설치 부적정, 작업 발판 불량 등이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적발 사항의 58.7%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대부분의 현장이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외에도 시공관리 미흡이 1,299건, 품질관리 문제 387건, 기타 사항 542건으로 나타나 전반적인 건설 현장 관리 체계에 허점이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민 신뢰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 대우건설 37건 △ 현대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각 29건 △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각 25건 △ 포스코이앤씨 23건 등)들도 이번 점검에서 적발 사례가 잇따랐다.
대형사들이 시공하는 프로젝트는 규모와 공공성과 관련해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이들조차 안전관리 부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제도적·문화적 한계를 보여준다.
신영대 의원은 "건설현장에서는 안전장치 하나만 빠져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점검 결과는 단순한 위반 통계를 넘어 건설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 경고 신호"라고 진단했다. 이어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체계의 구축 없이는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건설현장 사고 사망자는 매년 40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 다수는 추락·붕괴·협착 등의 기본적인 안전조치 미흡에서 기인한 사고다.
전문가들은 이번 점검 결과를 계기로 관리 체계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 주요 과제들이다. 현재 집중 점검은 비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상시 감시 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적발 결과는 시민이 직접 확인 가능한 공개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한다. 또 안전관리 책임자가 현장 수준에서의 관리 부실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반복적 위반이나 중대 위반은 형사처벌 및 공공입찰 제한 조치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설계 단계부터 시공, 감리, 유지보수까지의 통합 정보 시스템 구축으로 관리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하며 디지털 안전관제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위험 모니터링 시스템이 요구된다. 지역주민,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이 감시자로 참여하는 사회적 감시 네트워크 구축이 효과적이다. 아울러 정부·민간 합동점검 모델을 공공 프로젝트 전반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건설 산업은 국민경제의 한 축이자 수많은 노동자가 생계를 꾸리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번 점검은 여전히 많은 현장이 "예산과 일정이 안전보다 우선"이라는 인식을 탈피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건설안전법 강화,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등 제도는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적발되기 전까진 괜찮다'는 암묵적 관행이 남아 있다. 안전은 후순위가 아닌 기본 전제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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