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여전히 강하고, 가계대출 증가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온 한은은 올해 상반기에도 네 차례 회의 중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이어가며 완화 기조를 이어갔으나 부동산과 가계대출 증가 등의 우려로 하반기 들어 연속으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0.25%포인트 연속 인하, 올해 2월 0.25%포인트, 5월에도 0.25%포인트 인하했다.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는 건설과 소비 등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 등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맞췄다가 금융시장의 불안이 기준금리 인하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 6.27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이지만, 한은은 아직까지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우려할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6월27일 정부는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을 일괄적으로 최대 6억원으로 묶는 등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으나 8월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주택매매 수요를 뒷받침하는 가계대출의 경우 지난달 예금은행에서 2조8000억원 증가하며 증가폭이 6월 6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과열 양상을 보였던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6.27 대책 이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금통위는 "성장세는 내수를 중심으로 다소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수도권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추이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 위험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금통위가 향후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계대출과 집값 추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금리 결정 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 추가경정예산 집행 효과, 미국 관세 협상 전개 상황 등을 확인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추경 집행과 금리 인하가 동반될 때 정부 지출의 승수 효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연내 금리 인하가 꼭 필요하다"면서 10월에 0.25%포인트 인하를 전망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한은도 경기를 우려하고 있고, 특히 건설 투자나 수출 관련 관세 불확실성 등을 걱정하는 것 같다"며 "따라서 가계부채·부동산이 얼마나 진정되는지, 미국이 실제로 얼마나 금리를 낮출지 확인하고 4분기에 금리를 한 차례 내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은의 10월 금리인하가 유력하게 거론되는데는 0%대 저조한 성장률도 영향을 끼친다.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5월 전망치인 0.8% 대비 0.1% 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지난 2분기 GDP 속보치에서 국내 경제 성장률은 1분기 전기 대비 마이너스 0.2%에서 0.6%로 반등했다. 수출은 1분기 0.6% 감소에서 2분기 4.2%증가로 개선됐다. 민간소비도 같은 기간 0.1% 감소에서 0.5% 증가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예고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의 7월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액이 역대 7월 중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자동차 수출도 호조를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7월 수출이 1년 전 대비 5.9% 증가한 608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월별 수출은 증가 흐름을 유지하다가 지난 5월 –1.3%를 기록했다가 6월 4.3%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15대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3대 품목 수출이 증가하며 수출 호조를 이끌었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은 잠재 성장률 추정치인 1.8%(2025~2029)의 절반에 그친다.
한은은 내년 경제 성장률은 1.6%로 기존 전망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기존 전망인 1.9% 대비 0.1%포인트 높였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1.9%로 지난 5월 1.8% 대비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2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웃돌았고, 2차 추가 경정예산 효과도 성장률을 0.1%포인트 추가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대미 관세협상 타결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소비심리와 기업들의 체감경기 등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1.4로 7월 110.8 대비 0.6포인트 올라 2018년 1월 111.6 이후 7년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관세의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한은과 금통위가 이번 회의에서 성장률 전망을 소폭이라도 상향 조정한 뒤 경기 회복의 속도를 지켜보고 추가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앞으로 내수는 추경,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수출은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보이다가 미국 관세 부과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으로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는 2.0%포인트를 유지했지만, 다음 달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의장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하반기 3회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지난 22일 잭슨홀미팅에서 "기본 경제 전망과 변화된 리스크의 균형이 정책 금리 조정을 정당화할 수 있다"면서 내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 연방공개 시장위원회 전까지 발표되는 8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 결과가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향후 월간 신규 고용이 20만명 혹은 핵심 CPI가 전월 대비 0.4%를 연속해서 상회하지 않는 경우, 올해 9월, 10월, 12월 3회 연속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한편, 9월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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