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구단 가치 약 240배 차이가 나는 하위 리그 팀에 무너지며 곤혹스러운 관심을 받고 있다.
28일(한국시간) 영국 클리소프스의 블런델 파크에서 2025-2026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2라운드 경기를 가진 맨유가 리그투(4부) 구단 그림스비타운과 정규시간에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1PK12 탈락을 당했다.
전력 차이가 뚜렷한 경기였음에도 맨유가 졸전으로 발목을 잡혔다. 전반 22분 빌드업 실수로 공격권을 내줬고 측면 공격을 허용한 맨유는 그림스비에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전반 30분에는 안드레 오나나의 공중볼 처리 실수로 추가 실점을 내줬다. 뒤늦게 고삐를 당긴 맨유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주전 선수를 대거 투입했고 후반 30분과 후반 44분 브라이언 음뵈모와 해리 매과이어의 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13번 키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음뵈모의 실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변의 희생양이 된 맨유를 두고 영국 축구계는 흥분에 휩싸였다. 그림스비는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너는 물고기로 얻어맞았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서구식 유머 표현으로 물고기처럼 황당하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물건에 당했다는 조롱 섞인 표현이다. 순화하면 우리말로 ‘허를 찔렸다’ 정도 뉘앙스다. 심지어 그림스비는 196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어획 도시였다. 구단 대표 이미지도 어선과 물고기인 그림스비에게 딱 들어맞는 표현이었다.
대회 주최인 리그컵도 공식 SNS에 “역대 최대의 컵 대회 이변 중 하나”라고 조명했다. 맨유가 리그컵에서 4부리그 팀에 패한 건 역사상 처음이다. 맨유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5위로 2014년 이후 처음 2라운드부터 출전했는데, 결국 첫 경기에서 탈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게다가 단순한 리그 단계 차이와 더불어 양 구단의 선수단 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맨유의 선수단 가치는 현재 7억 6,500만 파운드(약 1조 4,000억 원), 그림스비는 고작 310만 파운드(58억 원) 수준이다. 무려 약 240배에 달하는 차이다.
그만큼 이날 승리는 그림스비 팬들 입장에서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였다. 승부차기 종료 휘슬이 불리자 9,000석 규모 블런델 파크의 그라운드는 순식간에 그름스비 팬들로 가득 찼다. 관중석에서 쏟아져 나온 팬들은 선수들을 부둥켜안고 함께 승리를 자축했다. 광란의 인파 속에서 맨유 선수단은 스태프의 경호를 받으며 쓸쓸하게 경기장을 떠났다.
‘BBC’ 해설위원 크리스 서튼은 역사에 남을 ‘미친’ 장면이라고 감탄했다. “정말 미쳤다. 팬들이 경기장으로 뛰어들었는데, 그들은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승부차기마저 경기를 그대로 닮아 있었다. 바로 이것이 ‘자이언트 킬링’이다. 오늘을 기억하는 팬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클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림스비 선수단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승부차기 승리 주역이 된 골키퍼 크리스티 핌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사실 나는 맨유 팬이라 반쯤은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밤을 위해 축구를 하는 것이다. 환상적이다. 승부차기에서 내가 조금 더 잘했어야 하지만, 하나는 막았고 동료들이 나머지를 해냈다. 정말 멋진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데이비드 아텔 감독은 “클럽, 도시, 지역 사회 모두에게 환상적인 밤이다. 선수들이 모든 찬사와 인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 우리는 이 클럽을 다시 지도에 올려놓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물론 한 경기일 뿐이고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런 밤은 흔치 않다”라며 의미를 되새겼다.
사진= 그림스비타운 X 캡쳐, 게티이미지코리아, 중계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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