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회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회담 세 시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내 교회와 미군기지의 압수수색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소셜미디어에 갑자기 게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만년필 선물과 백악관 실내장식에 대한 칭찬을 통해 관세, 방위비, 농수산물 개방 등 난제를 효과적으로 회피했다. 또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치하하며 한반도 정책에 대한 긍정적 지지를 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성공한 이 대통령은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명분과 동력을 확보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고비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라온 메시지였다. 그는 “한국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혹은 혁명 같다. 우리는 그런 것을 용납할 수 없고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설명한 뒤 미군기지가 아니라 한국군의 지휘체계와 통제시스템을 조사한 사실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 내 오해라 확신한다”고 밝히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미 조선협력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산업의 몰락을 언급하며 한국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으로부터 배를 구매할 것이고 동시에 한국이 우리 국민을 활용해 미국에서 직접 선박을 건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기업의 미국 해군 함정 제조는 경제적 이익과 안보적 유대 강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남북 문제 해결을 부탁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얻고 긴장 완화 정책에 대한 지지까지 확보했다. 특히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건설하자는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제 개인적으로는 이제껏 제가 만난 분들의 대북 정책은 적절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접근은 더 나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함께 북한에 대해 큰 진전을 함께 이룰 수 있다”고 화답했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백미는 이 대통령의 한중 관계 설명이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중 한 국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을 비판하며 한국은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중국과 협력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고 중국 방문을 앞둔 이 대통령에게 “같이 비행기를 타고 가겠느냐”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관계의 불확실성을 높였던 요인 대부분이 제거됐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기업은 좀 더 자신 있게 대미 수출과 투자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다만 이 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양국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최대한 빨리 추진해야 한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번복하거나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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