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80% 복귀했지만···제도와 현실 괴리 사이 ‘PA 회색지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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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80% 복귀했지만···제도와 현실 괴리 사이 ‘PA 회색지대’ 여전

이뉴스투데이 2025-08-27 1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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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전공의 복귀가 다음 달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 진료 체계가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공백을 메운 진료지원인력(PA)은 제도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호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세부 규칙 부재로 인한 역할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 인력 구조 개편을 둘러싼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PA 규모는 지난해 3월 8982명에서 올해 2월 1만756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생긴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병원들이 대규모 채용에 나선 결과다. 최근 상급종합병원(빅5) 전공의 복귀율은 70~80%, 지방대학병원은 50~60%로 회복세다. 전공의 복귀와 함께 PA는 인력 과잉과 인건비 부담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과제로 떠올랐다.

제도 기반은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다. 지난 6월 21일 시행된 간호법이 PA의 제도권 편입을 명문화했다. 하지만 구체적 업무 범위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 복지부는 8월 ‘진료지원업무 규칙’을 입법예고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40일간의 의견 수렴과 규제 심사를 거치면 확정 시점은 연말 이후로 더 미뤄질 전망이다.

세부 규칙 확정 전까지 복지부는 병원별 자율 운영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병원마다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 전공의와 PA 간 역할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가이드라인 부재가 이어지면 현장 혼선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PA는 복지부 공청회 초안을 근거로 골수 채취, 튜브 삽관, 피부 봉합 등 전공의 업무 일부르 수행하고 있다. 초안에는 환자 모니터링, 수술 보조 등 7개 분야 45개 항목이 담겼지만 ‘지원’과 ‘대체’의 경계는 모호하다. 수술실에서도 전공의가 봉합·절개 등 기술을 익혀야 하지만, PA도 기구 전달과 단순 봉합을 맡고 있어 역할이 중복되는 상황이다.

환자 관리와 기록에서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경과 관찰과 진료기록 작성은 전공의 교육 과정의 핵심이다. 하지만 PA 역시 회진 동행과 상태 점검, 일부 기록이 가능해 최종 책임 구조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없이 병원 자율에 맡길 경우 교육권 침해와 환자 안전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계는 PA 활용이 교육 연속성을 약화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PA가 수술·진료에서 많은 역할을 하면 병원은 초고난도 술기 중심으로 교육을 압축할 수 있다”며 “중등도 환자 진료 과정이 줄면 전문의 질 관리가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역할 조정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26일 각 병원에 ‘수련환경 TF’ 구성을 제안, 수련병원협의회도 이에 동의했다. 대전협은 “단순한 분장 논의가 아니라 PA와의 역할 조정 속에서 전공의 교육 기회와 환자 안전을 지킬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련병원협의회는 “별도 기구를 통해 PA 역할과 전공의 수련 범위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 다양한 직군 이견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논의가 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에 한 대학병원 복귀 예정 전공의는 “PA 관련 논의가 너무 늦었다”며 “집단사직 때 이미 수련 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그동안 공백 메우기에만 치중해 제도 개선은 뒷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복귀 시점에야 논의가 시작돼 실질적 제도화로 이어질지 우려된다”고 걱정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병원 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도록 중증 비중을 높이고, 경증 환자는 지역병원으로 이관하는 체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병상 5~15% 감축과 전문의 중심 운영 전환이 추진된다. 건강보험 재정도 3년간 10조원을 투입,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의료 질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개편만으로는 갈등의 뿌리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근본 원인은 저수가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PA가 의사 감독 아래 재진과 반복 처방을 맡긴다. 반면, 한국은 전문의보다 낮은 임금으로 의사 업무를 대체하는 관행이 고착돼 있다. 전공의 복귀 이후 병원들이 PA를 축소하는 배경에도 인건비 부담이 자리한다는 평가다.

제도 설계의 허점도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선진국에서 PA가 정착한 이유는 명확한 업무 구분과 감독 체계 덕분이다. 반면 한국은 가이드라인 없이 ‘값싼 대체 인력’으로 활용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의료계는 수가 개편과 역할 재정의가 병행돼야 갈등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제도 지속 가능성은 법적 틀 마련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업무 표준화와 환자 안전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PA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다”며 “이는 단순히 전공의 공백을 메우는 차원을 넘어 의료 인력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와 직결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가 체계 개선과 역할 재정의가 병행되지 않으면 같은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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