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옌스 카스트로프는 독일 대표팀 합류 가능성을 마다하고 어머니의 나라 대한민국 대표팀을 택했다. 그 선택이 헛되지 않으려면, 한국이 그의 재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기용해야 한다.
카스트로프는 9월 친선경기 2연전 명단에 포함됐다. 최근 ‘스포츠 국적’을 독일에서 한국으로 바꾸는 행정절차를 밟은 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으면서 한국 유니폼을 입게 됐다. 대표팀은 한국시간 6일 미국 뉴저지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미국을 만난 뒤 10일 미국 테네시의 제오디스 파크에서 멕시코를 상대한다. 카스트로프의 태극전사 데뷔전이 될 예정이다.
카스트로프는 지난 시즌까지 독일 2부 뉘른베르크의 주전이었고, 최근 1부 보루시아묀헨글라드바흐로 이적한 분데스리거다. 나이가 22세로 어린 편이라 기량과 잠재능력 모두 훌륭하다. 남은 건 이 선수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카스트로프의 기량을 다 펼칠 수 있는 임무와 위치가 대표팀 상황과 맞아야만 제대로 쓸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의 활용법이 중요하다.
▲ ‘비르츠 파트너’ 청소년 대표로 보는 카스트로프의 과거 역할
카스트로프는 현존 독일 국적 선수 중 최고 스타인 플로리안 비르츠(리버풀)와 인연이 깊다. 둘 다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출신이며, 지역 유소년 명문인 쾰른에서 17세까지 함께 뛰었다. 비르츠의 생일이 두 달 빠른 동갑내기 친구다.둘 다 15세였던 2018년 쾰른 U17팀으로 월반했다.
카스트로프는 연령별 대표팀마다 비르츠와 호흡을 맞췄다. 대회 시기에 부상을 입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아 큰 대회를 소화한 기록은 없지만, 각 연령별 대표에서 꼭 테스트는 받는 선수였다. 특히 2020년 2월 친선대회에서 한국 U17을 상대할 때 나란히 선발 출장해 독일의 8-2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주로 비르츠가 중앙 미드필더이되 적극적으로 중원을 장악(‘8번’)하는 보디가드 역할을 했고, 비르츠가 공격형 미드필더(‘10번’)를 맡았다.
또 한 명의 동갑내기 자말 무시알라(바이에른뮌헨)는 잉글랜드 유소년팀으로 갔다가 돌아왔기 때문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인연 정도였지만 비르츠와의 인연은 더 길었다. 그밖에 요나스 우르비히(바이에른뮌헨), 막시밀리안 바이어(보루시아도르트문트), 아르민도 지프, 파울 네벨(이상 마인츠05), 톰 로테(우니온베를린) 등이 당시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청소년 대표 동료들이다.
▲ ‘홍명보 플랜 A’와 잘 어울리지 않는 카스트로프?
멀티 플레이어 카스트로프는 프로뿐 아니라 독일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다양한 포지션을 오갔다. 주로 4-2-3-1 포메이션의 8번 미드필더나 4-3-3 포메이션의 메찰라(역삼각형 미드필더 구성에서 양쪽 꼭지점을 맡아 공격에 자주 가담하는 미드필더)였지만 역삼각형 중원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되기도 했고, 라이트백으로 뛰기도 했다.
홍 감독도 4-2-3-1 포메이션을 주로 구사해 왔다. 다만 기존 조합에서 숙제는 두 수비형 미드필더 중 패스전개와 전진을 맡는 황인범이 아니라 포백 앞을 보호하는 수비적인 선수의 자리였다. 박용우, 원두재 등이 이 자리의 선수풀이었다. 카스트로프도 이 임무를 수행할 수는 있지만 가장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카스트로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8번은 황인범이 맡아 온 임무이기도 하다. 4-2-3-1 대형을 유지하면서 기존의 이재성, 황인범과 모두 공존시키는 건 쉽지 않다. 세 명 중 두 명만 선발로 뛸 수 있는 셈이다. 황인범과 이재성의 대표팀 내 비중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
물론 위 내용은 단기적인 이야기다. 카스트로프는 이재성보다 11살, 황인범보다 7살 어리다. 수년 뒤 이재성이 대표팀에서 물러나고 황인범이 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한다면, 카스트로프는 8번 자리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즉 위치상으로 황인범의 후계자인 셈이다.
▲ 대표팀이 노리는 스리백 전환에 ‘딱’
홍 감독이 대표팀 대형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4-2-3-1에 매몰되지 않고 생각한다면 활용도는 더 높아진다. 특히 최근 홍 감독은 3-4-3 혹은 3-4-2-1 포메이션을 집중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스리백 전환시에는 정적인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 없다. 화려하지 않은 선수단으로 3-4-2-1 대형을 잘 활용해 최근 성적을 낸 팀으로는 마인츠05가 있다. 마침 이재성도 있어 한국이 가장 쉽게 참고할 만한 사례다. 마인츠는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나딤 아미리, 분데스리가 수비형 미드필더치고 체격이 작지만 활동량과 기동력으로 이를 보완하는 사노 가이슈 조합을 두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왔다. 여기에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의 수비 가담 능력도 중앙 수비진이 너무 얇아지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기존에는 3-4-2-1이나 3-4-1-2 등 스리백 앞에 중앙 미드필더가 2명인 대형은 후방의 숫자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 지공에 대한 저지력이 부족했다. 최근에는 부분전술이 많이 발달하면서 후방이 '3-4' 형태여도 '5-2'로 전환하면서 충분히 버틸 수 있게 됐다. 단 이때 미드필더 2명은 모두 기동력이 좋아야 한다.
사노는 운동량과 적극적인 공 탈취, 풀백까지 소화해 본 멀티 성향 등 여러모로 카스트로프와 비슷하다. 그 파트너인 아미리는 황인범의 역할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즉 3-4-2-1 대형에서는 묵직한 선수 없이 카스트로프, 황인범으로 중원을 꾸려도 이론상 아무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4-3-3 등 역삼각형 중원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중원 장악력을 더욱 높이고 싶을 때는 포백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 세우고, 그 앞에서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는 미드필더 2명을 배치하면 된다. 카스트로프는 이 임무에도 잘 어울린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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