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함흥차사’ 일화를 연상시키는 촌극이 명문 구단 바이에른뮌헨에서 벌어지고 있다.
독일 일간지 ‘빌트’에 따르면 뱅상 콩파니 바이에른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전(한국시간 23일)을 앞두고 뮌헨 인근 휴양도시 테건제를 찾아갔다. 테건제는 알프스 끝자락이라 산과 호수가 많은 휴양지로, 바이에른 선수 및 수뇌부들이 테건제의 전원주택에 많이 산다.
콩파니 감독은 울리 회네스 명예회장의 집을 찾았다. 선수 영입에 대한 요청을 위해서였다. 콩파니 감독은 RB라이프치히의 네덜란드 대표 미드필더 사비 시몬스 딱 1명만 이적료를 지출하게 해 달라고 직접 담판을 지으러 갔다. 막스 에베를 단장 등 영입작업의 실무진은 이미 회네스 명예회장이 ‘윤허’하면 즉시 영입하려고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설득은 실패했다.
바이에른은 올여름 확고한 절약 정책을 시행 중이다. 주전급 선수 중 5명이 나갔는데 3명만 영입됐다. 그 중 2명은 자유계약이었고 이적료를 지불한 건 리버풀 출신 윙어 루이스 디아스 단 1명이었다. 게다가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 자말 무시알라가 정강이뼈 골절로 이번 시즌을 최소한 절반은 걸러야 한다. 그럼에도 연봉과 이적료를 아끼기 위해 바이에른 경영진은 2군 유망주로 빈 자리를 메우라고 지시했다. 레나르트 칼, 위즈덤 마이크, 요나 쿠시아사레 등 10대 선수들이 대거 1군에 올라왔는데 이들이 당장 선발로 뛰기에는 시기상조다.
여전히 바이에른의 의사결정에 회네스 명예회장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다. 회네스 명예회장은 바이에른 선수와 행정가로서 큰 족적을 남겼고, 특히 회장직을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장기집권하면서 지금의 초거대 구단으로 발전시킨 인물로 평가 받는다. 2014년부터 탈세로 3년 6개월 징역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석방되자마자 구단 고위직에 복귀하기도 했다. 지금은 명예회장이지만 고위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여전히 실권을 휘두르고 있다.
콩파니 감독은 경력이 아직 일천하고, 지난해 부임할 때부터 수뇌부의 뜻을 순순히 따르는 게 장점으로 꼽혔다. 그래서 선수 영입과 방출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구사항을 밝히기보다는 주는 선수를 받아 쓰는 편이었다. 그런 콩파니조차 현재 얇은 선수단으로는 도무지 시즌을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해 박차고 일어나야만 했다.
명목상 실권자인 단장, 감독이 스스로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고 ‘상왕’ 회네스의 마음을 돌리러 인근 마을로 찾아가는 모습은 조선시대 야사인 함흥차사 일화를 연상시킨다. 옥새를 갖고 함흥에 틀어박혔다는 태조 이성계의 일화와 다른 건 콩파니가 화살에 맞지 않았다는 것 정도다.
회네스는 ‘1군 수준의 선수 한두 명 영입이 필요한 건 맞지만, 무조건 임대’라는 원칙을 단장 등에게 하달한 상태다. 그리고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경영진은 무시알라의 단기적인 대체선수가 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도 공존할 수 있는 자원으로 라이프치히의 시몬스, 첼시의 크리스토페르 은쿤쿠 등을 물색했다. 둘 다 바이에른으로 올 의향이 있지만 문제는 소속팀이 임대 아닌 완전이적만 원한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때 그 선수 왜 팔았어? 팔지 말았어야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윙어 킹슬리 코망을 연봉절감 정책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나스르로 매각했는데, 그냥 붙잡고 있었으면 임대 선수를 찾으러 동분서주할 필요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고연봉자들을 다 쳐내라는 압박을 받고 김민재, 코망 등에게 떠날 것을 종용하다가 결국 코망 한 명 방출에 성공한 에베를 단장 입장에서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할 수도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에른뮌헨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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