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정부가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됐던 인천항의 한중 카페리와 크루즈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띨 조짐이다. 인천항은 중국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항만 중 하나로 이번 조치가 침체된 여객 수요 회복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7일 해운 및 항만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29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 약 10개월간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한시 정책을 시행한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에 대한 상호조치로,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코로나19로 장기간 정체됐던 한중 간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관광 및 해운 산업 전반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이번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한중 카페리는 물론 중국발 크루즈 노선의 재개와 확대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중국 크루즈 선사들이 인천 기항에 대한 문의를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IPA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중국 선사들이 인천항에 기항한 사례가 전무했지만, 무비자 정책 시행을 앞두고 여러 선사들이 기항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 상황"이라며 "인천항을 크루즈 관광의 거점으로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인천항을 찾은 월드 크루즈 29척 중 중국 도시를 직전 기항지로 둔 선박은 단 3척에 불과했으며, 중국 선사가 직접 운항한 인천 기항 크루즈는 한 건도 없었다. 이는 팬데믹 전후로 대조적인 흐름으로, 코로나 이전에는 중국 관광객의 인천항 방문이 한중 해양관광의 핵심축으로 기능해 왔다.
한중 카페리 여객 수요는 팬데믹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예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IPA에 따르면 칭다오, 웨이하이, 스다오 등 중국 7개 도시를 오가는 인천항 한중 카페리 이용객은 올해 1~7월 기준 22만7,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44만2,000여 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IPA는 무비자 정책 시행이 회복세를 가속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단체관광 수요가 늘어날 경우 크루즈는 물론이고 기존 카페리 여객선 운영사들의 노선 증편 및 신규 기항지 확대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IPA는 단순한 교통 수단을 넘어 '관광 목적지 인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마케팅도 병행 중이다. 지난 6월부터는 중국 현지 여행사 및 인플루언서 등을 초청해 인천 시내 주요 관광지 및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팸투어(홍보관광)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성형·뷰티 등 K-의료 관광 콘텐츠를 결합해 차별화된 상품을 구성하고, 인천의 특색 있는 소비 콘텐츠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또한 한중 카페리를 통해 입출국하는 단체관광객이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을 통과할 때마다 환영 및 환송 메시지를 전광판에 송출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IPA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에게 단순한 입국 관문이 아닌 '목적지 인천'으로 각인되기 위해 지속적인 홍보와 인프라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공항만이 아닌 항만을 통한 관광 수요 확대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비자 정책 시행이 단발성 효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인프라 투자와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크루즈 수용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대규모 관광객 유입에 대응할 수 있는 주변 교통망과 체류형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IPA는 "단체관광객의 편의성과 체류 시간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 보완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 등 인근 국가를 아우르는 크루즈 허브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광업계 역시 비자 완화 조치가 가져올 '중국 특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은 2016년 한 해에만 800만 명 이상이 한국을 방문했던 최대 관광 시장이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이후 양국 정부 간 관계 개선과 함께 관광 교류 재개의 가능성이 커졌고 이번 무비자 정책은 그 연장선상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계기로 평가된다.
인천항의 부활은 단지 한 지역의 해운산업 회복에 그치지 않는다. 크루즈와 카페리는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양국 간 신뢰와 경제 교류의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이번 무비자 정책은 코로나19와 정치적 갈등으로 멈췄던 이 통로를 다시 여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향후 중국발 크루즈가 인천을 정기 기항지로 삼고 카페리 여객 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경우, 인천항은 다시 한 번 동북아 해양관광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인천항만공사와 지자체, 민간 여행업계가 함께 '중국 단체관광객 수용'이라는 기회를 어떻게 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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