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취임한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 수장들과의 만남을 앞둔 가운데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돈다. 비공개 첫행보는 삼성생명 회계처리 간담회였다.
간담회가 예고편이었다면 본편은 오는 28일 은행장 면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원장은 은행권에 이어 보험업권, 금융투자업권 수장들과 만나 당면 과제를 놓고 소통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전임 이복현 원장과 법조계 출신이자 대통령 측근이란 점에서 비슷하다. 다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으나 시장 친화적인 면모도 있던 전 원장과는 어떻게 다를지 주목된다.
삼성생명 비공개 간담회로 첫행보
이 원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삼성생명 회계처리 문제를 주목했다. 이는 단순한 회계방식 논의를 넘어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보험 계약자 보호에 관한 문제라고 봐서다. 삼성생명에서 유배당 보험료로 발생한 이익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큰 공을 세웠는데 최근에 밸류업과 예외 조항 가운데 지분 처리 문제가 충돌했다.
이 원장은 지난 21일 삼성생명 회계 처리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관련 이슈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들었다. 4대 회계법인 관계자를 비롯한 회계학 교수, 시민단체 등 10여명이 간담회에 참석했으나 의견이 분분해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논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알려졌다. 첫 번째는 삼성생명이 유배당 보험 계약자의 배당재원을 계약자지분조정으로 할지 보험부채로 할지에 대한 부분이다. 두 번째는 삼성생명이 자회사가 된 삼성화재에 지분법을 적용해야 할지 여부다.
금감원은 이후 방향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후속 일정도 정해진 건 없다. 업계는 삼성생명 회계처리에 대해 현행 유지로 방향이 잡히는 분위기라 보고 있다. 간담회 현장에서도 전문가 대다수가 삼성생명의 회계처리는 최선이었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금융권 정례 간담회 시작
비공개 간담회 이후 이 원장은 본격적으로 금융권 간담회를 돌며 업권별 현안을 살필 예정이다. 먼저 오는 28일 5대 은행장들을 만난다. 지난 14일 취임식을 가진 후 2주 만에 진행하는 첫 정례 간담회다. 이 원장은 내달 1일 보험업계, 4일 저축은행업계, 8일 금융투자업계, 16일 여신업계 CEO들을 만난다. 금융권 공통으로 이 원장은 소비자보호‧상생금융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은 국내 은행장 20명과 첫 대담에서 은행권 내 가장 민감한 현안인 공정‧ 제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지 주목된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과 담보인정비율(LTV) 정보교환 담합 과징금이 수조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향후 실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밖에도 배드뱅크 출범, 교육세 인상 문제 등이 있어 은행장들은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보험업계 간담회에서는 삼성생명 회계처리 논란에 이목이 집중될 예정이다. 취임 후 첫 움직임으로 삼성생명 회계처리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던 만큼 해당 논란을 이 원장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리할지 주목된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취임사 때부터 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만큼 유배당보험 계약자에 대한 권리 보장을 외면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업계는 이 원장의 선제 발언보다 인수합병(M&A)‧영업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장기화로 인해 건전성 부담을 안고 있는 데다 저축은행간에 자산 규모 양극화 문제도 안고 있다.
증권업계는 발행어음업 인가 심사와 관련한 이 원장의 입장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발행어음업 인가 심사를 신청한 증권사 5곳(키움증권‧하나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삼성증권) 중 일부가 지난달 금감원으로부터 심사 중단을 요청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원장이 취임사에서 모험자본을 확대할 거라 강조했던 만큼 증권업계는 내심 희망도 품고 있다.
전임 금감원장과 비슷한 분위기 될까
이 원장에 대해선 취임과 동시에 이복현 전임 금감원장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일부 나왔다. 같은 법조계 출신인 데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에서 ‘실세 금감원장’이라는 별명이 나란히 붙으면서다. 이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38년 지기 친구로서 이 대통령에게 5억원을 빌려준 적이 있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이 원장은 의외로 본인이 과격하지 않다고 발언하며 시장 친화적인 면면도 있음을 시사했지만 업계는 이 원장이 실제 업무를 대하는 방식을 눈여겨보고 있다. 전임 원장이 실세 원장으로서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던 만큼 이번 이 원장 또한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을 거란 예상에서다.
이 원장과 전임 원장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차이점도 두드러진다. 전임 원장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금융권을 대할 거란 얘기다. 검사 이력만 있던 전임 원장과 달리 이 원장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으로서 사회 운동 관련 잔뼈가 굵은 인물이며 이 대통령 당선과 함께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위원장으로서 활동한 이력도 있다.
한편 이 원장이 지난 20일 첫 임원회의에서 차주 중요 발표가 있을 거라고 깜짝 예고한 가운데 금융소비자보호처에 대한 향방이 주목된다. 이 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에 대해 최근 회의적인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면서다. 국정위는 앞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에서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개편안을 논의해 왔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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