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한화 오션이 적극적인 MOU 전략을 앞세워 최대 60조 규모 잠수함 수주 결선에 진출했다.
한화 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 사업자 선정에서 독일 기업과 함께 최종 결선인 '숏리스트'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건 한화 오션의 사업 동반자다. 여러 기업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HD 현대중공업과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방산 업계에서 한화 오션과 HD 현대중공업은 오래 된 라이벌이다. 라이벌 의식이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첨예하다.
이번엔 달랐다. 한화 오션은 HD 현대중공업이 각자 도생에 나서지 않고 한화 오션 단독 입찰이 이뤄졌다. 그 결과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장밋빛 전망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해 호주 호위함 사업에선 두 업체가 각자 따로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두 기업 모두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이번 사업에선 최종 후보에 오르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방산 업계에서 한화 오션과 HD 현대중공업이 손을 잡았다는 건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 함께 섞이기 힘든 기업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공동 전략을 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존심 대신 실리를 택한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잠수함 계약비용만 최대 20조원 규모이고, 향후 30년간 운영·유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계약 규모가 최대 6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는 초대형 사업이다. 수주에 성공하면 단일 방산 수출계약으론 사상 최대 규모가 된다.
두 기업은 지난 해 호주 신형 호위함 도입 사업에 각자 나섰다가 모두 물러선 바 있다.
이후 양 사는 방사청 중재로 MOU를 체결했다.
함정 수출사업 참여시 정부와 함정 업계가 원팀을 구성하고 HD현대중공업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수상함 수출사업을, 한화오션이 잠수함 수출사업을 주관하고 상대 기업은 지원군으로 나선다는 MOU의 요지였다.
이에 따라 캐나다 잠수함 수주는 한화오션이 주관하고, HD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캐나다 해군은 지난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해 보유 중인 2400톤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잠수함 조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종 경쟁 상대는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로, 향후 치열한 2파전이 예상된다. 이번 사업에는 프랑스 나발 그룹(Naval Group), 스페인 나반티아(Navantia), 스웨덴 사브(Saab) 등 유럽의 대표 방산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한화오션이 독일의 TKMS와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에 현존(핵추진 잠수함 제외) 디젤추진 잠수함 가운데 최강의 작전성능을 가진 3천톤급 '장보고-Ⅲ 배치(Batch)-Ⅱ'를 제안했다.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최대 7000해리(약 12900㎞)를 운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태평양 및 대서양, 북극해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역에서 운용이 가능해 캐나다 해군 작전환경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 발사관을 보유하는 등 비대칭 억제 전략을 펼칠 역량도 갖추고 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수출 시장과 현지 군수지원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1월 영국 밥콕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또한 캐나다의 보안·해양방산 분야를 대표하는 기술 선도 기업인 CAE, BlackBerry, L3 Harris MAPPS를 포함한 다수의 기업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CPSP를 수주하기 위한 담금질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의 상품성은 물론 빠른 납기 역량과 검증된 잠수함 솔루션, 현지화 전략 등으로 캐나다 해군의 호평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잠수함은 계약 체결 이후 납품까지 보통 9년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를 6년으로 단축할 자신이 있다"며 "현지에 운용, 유지·정비(ISS)센터도 짓는 등 사업 수주를 위해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이번 CPSP 숏리스트 진입은 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폴란드, 중동 등에 대한 수출 경쟁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르면 연내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폴란드의 경우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인 캐나다의 숏리스트 선정 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봤을 것으로 한화 오션은 내다보고 있다.
폴란드는 해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잠수함 도입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를 통해 잠수함 3척을 도입할 예정이다. 유지·보수 등을 포함하면 사업 규모는 최대 8조원에 달한다.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정승균 해외사업단장(부사장)은 "한화오션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해군은 물론 국회 등의 지원 속에 '원팀'으로 CPSP 사업 수주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이번 숏리스트 선정이 바로 그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캐나다 양국 간 경제·산업 분야는 물론 해군 협력까지 강화할 수 있는 CPSP 사업에서 정부, 국회 등과 함께 사업 수주라는 '유종의 미'를 반드시 거두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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