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격변하는 세계 무역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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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 격변하는 세계 무역 질서

이슈메이커 2025-08-27 09:11: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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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격변하는 세계 무역 질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8월 7일 0시1분(미 동부시간 기준)을 기해 본격 시행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상호관세가 발효되며 그간 자유 무역체제를 지향해온 세계 통상 환경 전반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Daniel Torok/Flickr
ⓒ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Daniel Torok/Flickr

 

숨 가쁘게 전개된 관세전쟁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공약했던 고율의 관세 정책을 숨 가쁘게 추진해왔다. 첫 대상은 미국과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이자 미국의 교역 규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최대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가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해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57개 경제주체에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관세를 얹은 상호관세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를 “(미국의) 해방일”이라고 불렀지만, 세계 각국은 혼돈에 휩싸였다. 한국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누렸으나 기본관세 10%에 15%의 국가별 관세가 더해진 25%의 상호관세율을 통보받았다.


  34%의 관세율을 통보받은 중국의 반발이 거세자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주체에 대해선 90일간 상호관세 부과 유예 및 개별적으로 협상을 벌여 최종 관세를 결정하겠다며 물러섰다. 이후 8월 1일로 발효 시점을 못 박으며 협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영국(상호관세율 10%), 베트남(20%)에 이어 필리핀(19%), 인도네시아(19%) 등이 잇따라 미국과 무역 합의를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점을 활용하는 한편,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미국 시장을 두고 상호 경쟁적일 수밖에 없는 처지를 지렛대로 삼았다. 이를 통해 무역상대국의 관세율을 일부 줄여주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약속받았다.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공약했던 고율의 관세 정책을 숨 가쁘게 추진해왔다. ⓒThe White House/Flickr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공약했던 고율의 관세 정책을 숨 가쁘게 추진해왔다. ⓒThe White House/Flickr


  미국은 7월 22일 일본과 대미 투자 5,500억 달러,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쌀 및 자동차 시장 개방 등을 조건으로 15% 관세율에 합의했다. EU와도 관세율을 15% 적용하는 조건으로 EU의 대미 투자 6,000억 달러, 미국산 LNG 등 7,5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수입 등에 대해 합의했다.


  한국 역시 당초 25%인 관세율을 일본·EU와 같은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대미 수출 주력품인 자동차의 품목별 관세율도 동일하게 15% 적용하기로 했으며, 반도체 역시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았다. 대신 2,000억 달러의 펀드를 조성해 미국에 투자하고, 1,500억 달러의 조선업 펀드로 미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미국산 LNG 등 에너지를 1,000억 달러 규모로 수입하기로 했다. 대신 쌀·소고기 수입 개방 확대는 막았다.

 

한국은 관세율을 일본·EU와 같은 15%로 낮추기로 합의했고, 대신 2,000억 달러의 펀드를 조성해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 관세율을 일본·EU와 같은 15%로 낮추기로 합의했고, 대신 2,000억 달러의 펀드를 조성해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중국·인도 손잡는 등 ‘관세 외교전’도 치열
상호관세가 본격 시행되는 것으로 ‘관세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상호관세율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일부 국가들과 협상을 진행 중인데,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 중국이다. 지난 4월 상대국에 100% 포인트 넘게 관세율을 올리며 대치하던 미·중은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을 계기로 각각 115% 포인트씩 관세율을 낮추기로 합의했다. 당시 양국은 각자 수입품을 겨냥한 추가 관세율 115% 가운데 4월 매겨진 91%포인트는 취소하고 24%포인트에 대해선 적용을 90일 유예하기로 했었다. 이 합의가 지켜지면 11월까지는 미·중이 상대국에 각각 30%와 10%의 기존 상호관세를 유지하게 된다.


  한편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등에 대해선 고율 관세를 정치·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10% 상호관세에 40% 별도 관세를 부과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려 현재로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50%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러시아에 대한 관세는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압박하는 수단이다. 25% 관세 부과를 통보한 인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대한 관세를 상당히 올릴 것이라 압박했다. 그 결과 2020년 히말라야 분쟁지역에서 무력 충돌 갈등 양상을 보였던 중국과 인도가 5년 만에 관계 개선에 합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외교 전술 차원에서 힘을 합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미국과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관세 외교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 100%를 예고하면서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이를 면제해 주겠다며 투자를 요구한 상태다. ⓒ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Molly Riley/Flickr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 100%를 예고하면서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이를 면제해 주겠다며 투자를 요구한 상태다. ⓒ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Molly Riley/Flickr


  개별 국가와의 협상 이외에 주목받는 변수는 품목별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전쟁 초기 못 박아둔 철강·구리·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50%)에 대해선 요지부동이다. 자동차의 경우 한국과 일본, EU 등 일부 개별협상에서 지금까지 적용해온 25%가 아닌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유연성을 보인 바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이라는 점에서 추가 품목별 관세가 발표될 시 한국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 100%를 예고하면서 자신의 임기 내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이를 면제해 주겠다며 투자를 요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관련 발언은 백악관을 찾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신규 투자 1,0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6,000억 달러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투자를 단행하는) 애플 같은 기업들에 희소식은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생산을 약속했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상호관세가 발효되며 세계 통상 환경 전반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Pixabay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상호관세가 발효되며 세계 통상 환경 전반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Pixabay

 

미국·세계 경제 잠재적 부작용 낳는다는 우려도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시행이 세계 각국의 대미 투자로 이어져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 무역적자 해소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본다. “(관세 협상을 통해) 문자 그대로 나라를 위해 몇조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웃돈 3.0%를 기록한 것에 한껏 고무된 상태다. 이러한 성과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핵심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뒷받침하고 지지층 결집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잠재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7월 31일 상호관세 발효에 대해 “수입업체에 부과되는 세금(관세)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 가격 인상의 리스크를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들이 현재까지는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감내하고 있지만, 일부는 곧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에 요구하는 것과는 달리 가파른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단기간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보호무역주의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적 투자 위축과 공급망 재배치로 이어져 글로벌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보고서에서 “관세가 국가들의 대응 방식에 따라 미국 및 세계 경제 성장률을 크게 낮추고, 다수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율 최대치와 7월 14일 서한을 통해 여러 국가에 통보한 관세율이 그대로 시행되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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