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이 5000억원에 육박했다. 1년 전보다 10% 가량 증가한 것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여파 속에서도 해외에서 선방한 은행이 있는 반면, 일부 은행은 뒷걸음질치며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해외 종속기업(자회사)에서 거둔 순이익은 약 465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4237억원) 대비 9.8%(415억원) 가량 증가한 것이다.
해외 시장의 강자는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해외 법인 10곳에서 3152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2962억원) 대비 약 190억원(6.4%) 증가한 것이다. 상반기에만 3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올리면서 국내에 이어 해외 시장에서도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양대 해외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과 SBJ은행(일본)에서 실적을 받쳐준데다, 카자흐스탄(424억원), 중국(156억원), 인도네시아(151억원), 캄보디아(112억원), 미국(105억원) 등에서 고루 실적을 낸 영향이다. 해외 시장 최대 수익처인 베트남법인의 실적은 1280억원으로 전년 동기(1413억원)보다 133억원(10.4%) 줄었으나, 일본 법인의 실적이 854억원으로 전년 동기(715억원) 대비 139억원(19%) 증가하면서 수익을 방어했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2조2668억원)에서 해외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에 달했다. KB국민(3.3%), 하나(2.1%), 우리(2.1%) 등 은행 3곳의 당기순이익에서 해외 순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최대 7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해외법인 5곳에서 727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 371억원 적자에서 1년 새 수익이 11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적자의 늪에 빠졌던 인도네시아법인 'KB뱅크(옛 부코핀은행)'의 실적이 같은 기간 1011억원 적자에서 538억원 적자로 손실 폭이 줄어든 영향이다. 여기에 캄보디아 자회사 'KB프라삭'이 1118억원 순익을 내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올 상반기 해외 실적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449억원으로 전년 동기(701억원) 대비 253억원(36%) 가량 줄어들었다. 러시아의 화폐가치 급등에 따라 자산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러시아법인의 실적이 369억원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해외법인 순익도 32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44억원)에 비해 619억원 가량 줄었다. 인도네시아법인의 순익이 같은 기간 309억원 흑자에서 604억원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각 은행들은 올해도 글로벌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이자수익 만으로 성장세를 이끄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 관세정책의 여파로 해외 지점이 몰린 동남아시아 실적이 흔들릴 수 있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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