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글로벌 OTA의 덫, 한국 소비자만 봉?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국내 이용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항공, 숙박 등 예약은 이제 온라인을 거치지 않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그 편리함 뒤로 불신이 깊어지고 피해도 커지고 있다. 서비스나 기술 부족으로 인한 단순 불편함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갈수록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OTA 국내 이용자의 피해구제 신청은 2021년 241건에서 2023년 1422건으로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는 7월 말까지 지난해 전체 건수에 육박하는 1350건이 접수됐다. 연말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OTA 피해 건수는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피해는 특정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고다(2190건), 트립닷컴(1266건), 에어비앤비(332건), 부킹닷컴(258건), 호텔스닷컴(154건), 익스피디아(93건) 등 글로벌 OTA 전반에 걸쳐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환불 지연, 이중 결제, 예약 불이행, 현장 거부 등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문제는 피해구제를 신청해도 보상 등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4319건의 피해구제 신청 중 실제 환급이나 배상이 이뤄진 경우는 절반을 조금 넘는 2581건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보상은커녕 모든 피해와 불편을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원인은 제도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제정·시행되면 국내 OTA는 환급·보상 의무, 거래 투명성 강화 등 규율을 이행할 전망이다. 그러나 해외 OTA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몸을 숨긴 채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다. 국내 OTA는 물론 여행 업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문제삼는 가장 큰 이유다. 성장을 가로막는 역차별의 불공정한 상황이 국내 OTA는 물론 이용자의 권리까지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구글 지도 개방 논란에서 보듯 글로벌 OTA에 대한 규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난제다. 자칫 통상 마찰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OTA 이용자가 겪는 피해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제도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결책이 규제 도입에만 있는 건 아니다. 규제 강화가 소비자 보호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글로벌 OTA에 대한 규제에 앞서 국내 OTA를 믿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국내 OTA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야말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피해를 줄이는 가장 실효성 높은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국내 OTA가 동등한 조건과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지금처럼 국내 기업만 규제에 묶어 놓고 해외 기업은 자유로운 활동을 허용하는 구조로는 공정한 경쟁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기술·서비스 개발과 투자, 글로벌 영업망 구축 등을 적극 지원하고 글로벌 OTA의 불공정 행위를 막을 국제 공조에도 나서야 한다. 국내 OTA에 대한 지원이 산업 보호가 아닌 소비자 권익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