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부활의 상징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현장을 직접 찾아 한미 조선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미국 조선산업의 재건과 한국 조선업의 세계적 경쟁력이 결합된 이번 협력은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안보·경제·기술 협력을 아우르는 새로운 동맹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미국 해양청(MARAD)이 발주한 국가안보다목적선(NSMV)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 명명식에 참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처음 완성된 선박으로, 상징성이 남다르다.
◇“마스가 기적, 현실로 만들자”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대한민국 조선업이 미국의 해양 안보를 강화하고, 미국 조선업 부활에 기여하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선다”며 “마스가 프로젝트로 양국 조선업이 도약하는 ‘윈윈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필리조선소는 세계 최첨단 기술력을 보여주는 미국 최고의 조선소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를 통해 72년 역사의 한미동맹은 안보·경제·기술 동맹이 결합된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의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미 조선 협력의 주역은 바로 이 자리에 있는 기업인과 근로자”라며 “한국이 과거 허허벌판에서 ‘K-조선’의 기적을 일궈냈듯, 한미가 힘을 모아 ‘마스가의 기적’을 현실로 빚어내자”고 격려했다. ‘한국 조선업의 경험과 저력을 미국 조선업 재건 과정에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미 협력의 상징, 필리조선소
필리조선소는 1801년 미 해군 조선소로 출범해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1997년 민영화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12월 한화그룹이 인수하면서 한국 조선기업이 미국 현지 조선소를 인수한 첫 사례가 됐고, 이는 한미 조선 협력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현재 미 해양청으로부터 척당 3억 달러 규모의 NSMV 5척을 수주했으며, 이번에 명명된 선박은 그 중 세 번째다.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는 평시에는 해양대 사관생도들의 훈련선으로 활용되며, 비상시에는 재난 대응과 구조 임무를 수행하는 다목적선이다.
특히 한국의 조선 전문기업 DSEC이 설계와 기자재 조달에 참여해 한국의 기술·공급망과 미국의 생산 인프라가 결합된 대표적 협력 모델로 꼽힌다. 대통령실 역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발주-수주 관계를 넘어, 양국의 기술·인력·산업 구조가 맞물려 시너지를 창출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생산능력 13배 확대”…한화 추가 투자
명명식 직후 진행된 현장 시찰에서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연 1.5척 수준인 생산능력을 향후 연 20척 내외로 끌어올리고, 중장기적으로 LNG 운반선과 같은 대형 첨단 선박 제조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미국 내 조선업 재건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동석한 미 정부 인사들에게 “한국 기업의 투자가 원활히 진행되고, 미국 내 사업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제도적 지원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기업의 자본과 기술력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려야 ‘마스가 프로젝트’가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상외교 직후 ‘조선업 현장 행보’
이번 방문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이뤄졌다. 양국 간 통상·관세 협상 과정에서 마스가 프로젝트가 핵심 의제로 부상했던 만큼, 이 대통령이 곧바로 조선소 현장을 찾은 것은 협력 의지를 대내외에 분명히 알린 행보로 평가된다.
명명식에는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토드 영 상원의원 등 미 정·재계 인사들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한국 산업부·외교부 장관, 대통령실 안보·정책실장 등이 함께 자리해, 한미가 정치·산업 전방위적으로 조선업 협력 강화에 힘을 모으고 있음을 확인했다.
◇안보·경제 아우르는 ‘미래형 동맹’
이번 행보는 조선업을 매개로 한 한미 협력이 단순 산업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은 세계 최강의 조선기술과 공급망을 제공하고, 미국은 인프라와 수요를 내세워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는 곧 안보 보장과 산업 재건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 기업의 투자가 미국 내 고용 창출과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만큼, 한미 경제관계의 균형성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미국 해양 전문 매체 gCaptain은 “Cerberus와 HD현대의 파트너십이 MASGA 프로젝트에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시장과 성장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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