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일본 방문을 앞두고, 일본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위안부 합의(박근혜), 강제노동 배상 문제(윤석열)에 대해 “국가간 약속이니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를 유지하겠다고 말했고 일본은 반색했다.
그러면서 "보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진행할 것을 제안하고 한국 국민의 감정에 대한 배려도 요구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의 오부치 정권과 한국의 정권(김대중)이 1998년 발표한 '한일공동선언'에 있는 '한일관계에 새로운 계기가 됐다'고 이 씨는 평가했다. 게다가 “선언을 인계하고, 그것을 넘는 새로운 공동선언을 발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재임중에 새로운 일한 선언 작성에 의욕을 나타냈다.”라고 보도했다.
어제 밤에 발표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직후 결과를 공동으로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문’을 읽어보았다. '공동성명'이 아닌 '언론발표문'이다.
어제 발표문 본문 중에 과거사에 대한 일본 총리의 언급은 딱 한 문장이다.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포함하여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발표문의 주 내용은 “정상 간 교류 및 전략적 인식 공유 강화”, “미래산업 분야 협력 확대 및 공동 과제 대응”, “인적교류 확대”,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협력”, “역내 및 글로벌 협력 강화”였다.
그런데 지금부터 27년전인 1998년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을 일본인은 기억하고 있을까? 일본의 국회의원 기자 지식인은 물론이고 일본 대중은? 모른다. 학생들은? 가르치지를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방문 전날 말하고, 이시바 총리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말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渕 恵三) 총리의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중심 내용은 무엇인가? 바로 과거사 문제다. 공동 선언에서 당시 오부치 일본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오부치 총리대신은 금세기의 한·일 양국관계를 돌이켜 보고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한다.”
이 오부치 발언은 2012년 12월 총리로 2차 취임한 이후 최장집권 일본 총리로 한국과 갈등과 분란을 초래 야기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이후 오늘까지 역대 총리들이 입으로 자동(自動) 언사 발언이다.
오부치 선언이 말한 그대로, 1998년 이후에도 “과거 사죄” 인식이 지켜졌다면 이후 ‘한일 외교전쟁’은 없었다.
일본의 외교에서 겉마음과 속마음은 다르다. 혼네(本音·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겉마음)의 이중성이 용인되는 오랜 문화다. 이는 외교뿐만이 아닌 일본 문화 자체다.
아베 총리가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을 깨트리는 유명한 담화는 2015년 8월 15일 종전기념일(일본은 패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에 아베는 새로운 일방적인 담화를 발표한다.
“일본의 아이들과 손자 세대에까지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아베 총리 이름의 담화다. 이때부터 일본 정치 실정(失政)을 외부 탓으로 돌리는 정치기술이 작동한다. 한국과 한국인 혐오 감정인 혐한론(嫌韓論)을 아베가 주동하면서 체계적으로 퍼트린다. 한국인을 혐오하거나 매우 적대적으로 대하는 성향이 이때부터 대규모로 퍼진다. 일본의 서점에 가면 한국과 한국인 혐오책이 한 섹션을 이루고 TV 등 대중 매체는 혐오 한국 한국인이 대세가 된다.
일본 정부는 심지어 친일본국가주의 매국정권인 윤석열 정부 때도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한다’고 말했지만, 이는 일본 정부의 겉마음일 뿐이다. 진짜 속내는 완전히 다르다. 일본 정부가 성노예(강제위안부) 문제를 사죄한 고노 담화(河野談話. 정식명칭은 ‘위안부 관계 조사결과 발표에 관한 고노 내각관방장관 담화(慰安婦関係調査結果発表に関する河野内閣官房長官談話)’ 이 담화를 지킨다면서, "역사 교육 연구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오래 기억하겠다"는 담화의 약속을 지켜야 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후 철저하게 외면했다.
일본 말에 “냄새 나는 것에는 뚜껑을 덮는다'(臭いものに蓋をする·쿠사이모노니 후타오스루)라는 말이 있다. 불편한 사실이나 진실은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거나 외면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현재 일본 정치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특히 과거 역사를 똑바로 직시 않고, 진실을 가리고 외면하고 모른 척하는 일본의 태도를 잘 드러내는 표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넘어서는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 만들고 싶다"는 현재 일본의 정치 사회 상태를 보면 당장은 불가능하다.
지난 7월 26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비주류였던 극우 성향의 '참정당'이 보유 의석 수를 1석에서 무려 15석으로 늘리며 일본 정치 무대에서 주요 경쟁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참정당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연상시키는 '일본 우선주의‘(일본 국가주의)' 문구를 내걸고 주권이 국민이 아닌, 국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의 위치도 뒤흔들었다.
이처럼 일본의 또 다른 우경화 국가주의는 일본 극우정당 본체인 자민당까지 위기를 의식하게 해 일본 극우주의 국가주의를 경쟁하게 하는 현실이다.
역사 도착(倒錯) 정부인 윤석열 내란 정부가, 일본 국가주의에 함몰되어 ‘가해자 일본 편을 들고 도리어 피해자 자국 한국인들은 반성이 요구된다’는 미친 소리를 하는, 대(對) 일본외교 행각에서 보듯이, 그리고 이명박 박근혜 때처럼 특정 정권이 임의로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좌우지할 수도 있다는 건 착란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도 마찬가지다. 과거는 덮는다고 덮어지고 미래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일본어에서 '상식' '양심' '평화' '인간적인 관점' '배려' 이런 단어는 우리도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일본에서는 의미가 세계 보편성의 뜻과는 다르다. 한국에서 뜻하는 것과는 의미가 다른, 일본 특유의 해석의 단어란 말이다.
일본 역대 내각 총리의 대(對) 한국 사죄
1993년 -고노 담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인정과 사죄
1995년 - 무라야마 담화,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과 식민지 지배 사죄
1998년 -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공동선언, 식민지 지배의 가해책임 인정과 식민지 지배 사죄
2005년 - 고이즈미 담화
무라야마 담화 재확인 및 계승의지 천명
2010년 - 간 총리(자민당이 아닌 민주당 정권) 담화, 한일병합의 강제성, 식민지 지배의 폭력성에 대해 인정과 사죄
2010년 이후 15년 동안 일본 총리의 과거사 발언은 어떤 진정성도 없었다.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을 그저 "계승"한다는 말만 되플이 하면서 언행은 언제나 불일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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