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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유통법학회·한국유통학회는 서강대학교에서 ‘유통산업 변화의 흐름 속 상생의 길을 찾다’를 주제로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금지급기일 단축의 쟁점과 과제를 다루는 공동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연간 중개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규모 1000억 이상인 유통업체는 구매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법은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게 상품을 납품·위탁받아 판매하는 경우 판매대금 지급기한을 40일로, 직매입거래하는 경우에는 60일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이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토론이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심재한 영남대 교수와 장명균 호서대 교수는 대규모유통업체 대상 정산주기 단축에 따른 우려 사항을 발표했다. 심 교수는 “직매입 정산주기가 현행(60일)보다 단축될 경우 유통업자들의 현금 유동성이 필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유통업체가 매입량을 대폭 줄이게 되면 중소납품업체의 납품량 감소로 이어지고, 중소 중견 유통업체로 피해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심 교수는 유통업체 입장에선 자금 회전과 판매 안정성 등 현실적인 문제로 대기업 제품을 중소기업 제품보다 선호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빠르게 매입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재고만 쌓일 수 있는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투자와 상생여력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심 교수는 해외셀러로부터 상품을 매입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단가가 더 낮은 중국 도매업체로부터 제품을 매입해서 국내 유통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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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균 호서대 교수는 정산주기 단축보다는 유통기업들의 재무 안정성 및 재무 건전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업체들의 정산주기를 단축시킬수록 현금전환주기(CCC)가 증가하고, 재무 유동성 악화 등으로 차입 증가와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장 교수는 “정산주기 단축으로 성장이 위축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제2의 위메프, 홈플러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업태별, 매입유형별 상황을 고려한 차등 적용이나 공정거래협력 이행평가 가중치 조정으로 자발적인 정산주기 단축 관행을 형성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규제보다 인센티브 방식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공정거래 협약 평가에는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정산금을 조기 지급 시 가점을 주는 제도가 있다. 배점을 확대하는 등의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해 자발적인 조기 지급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날 정산주기 단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호택 계명대 교수는 “정산주기 단축 시 중국 저가 상품 매입 비중 확대에 대한 우려는 정부의 통관 규제를 통해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률적이고 전면적인 시행이 아니라 업태별, 거래유형별로 차등 시행한다면 대금지급주기 단축 자체가 유통생태계 건강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티메프 사태에서 납품업자인 소상공인이 주로 거론되지만 소비자 피해는 거론되지 않았다”며 “대금 정산이 끝난 상황에선 플랫폼이 소비자 문제에 개입할 요인이 사라진다는 게 문제”라며 정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태균 공정위 유통대리점정책과 과장은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의 거래상 지위가 다르다보니 한쪽으로 유리하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며 “티메프 사태는 자금 관리 실패가 맞지만, 그 돈은 납품업체 또는 소비자의 돈이었기 때문에 정산기한 문제와 관련이 있다. 정산기한 단축이 하나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피해 우려에 대해선 정산 단축이 청약 철회권 축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전자상거래법상 규정으로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김 과장은 “납품업자 대상 대금 지급일을 늦춰서 스타트업이 성장을 이루는 게 건강한 성장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납품업체 측은 장기적인 정산 지연으로 자금난이 심한 상황이기에 조기 지급을 요구하고 있고, 유통업계에선 자금 유동성 악화를 우려한다”며 “현재 공정위는 실태조사 및 의견 수렴단계에 있으며, 양쪽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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