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하남지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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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하남지터에서

경기일보 2025-08-26 19:25: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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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교실에 마음씨 고운 중국 여성 린 님이 오늘도 멋진 그림을 그린다. 소재가 궁금해 물어보니 하남지터란다. 아이와 함께 이 공터에 놀다 온 추억을 담는 것이었다. 수원화성 안에 모두 5개의 연못이 있고 그중 하나가 하남지터다. 복원 공사를 위해 남창초등학교 앞의 상가들이 모두 철거됐고 2028년 화성성역의궤에 수록된 대로 조성 공사를 실시해 2029년 준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백 기간 유휴지에 계절 따라 청보리를 식재했고 금계국도 심어졌다. 하남지가 복원되면 이곳은 또 다른 수원화성의 명소가 될 것 같다. 클로드 모네의 일본 다리가 있는 수련 연못이나 궁남지, 안압지가 그려진다. 시간을 조금 당기면 남문이 수원의 중심이었고 젊은이들로 가장 붐비던 곳이 아니었던가. 금계국 사이의 고추잠자리 한 쌍이 청춘의 긴장감처럼 청량하고 팽팽한 하늘을 날아 허공을 출렁인다. 가을 기색이다. 푸른 논의 벼 이삭이 가을을 익히고 백로가 날아가는 논두렁 따라 잠시 고향이 마음에 머문다. 한적한 시골이나 금계국이 있는 공터가 아니면 생각이 머물 틈마저 없을 것이다. 문화센터 수업이 끝나고 작업실로 향한다. 혼자 있어도 늘 분주하다. TV를 켜놓고 글을 쓰고 빵을 먹으며 그림을 그린다. 틈 없는 일상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삶은 지평선 없는 풍경화처럼 목적지 없는 바람처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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