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학은 인간과 사회를 깊이 성찰하는 학문이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고, 사회는 어떻게 움직이며, 공동체는 어떤 가치로 유지되는지를 질문하며 문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기초가 되는 통찰은 모두 인문사회학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 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실용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인문사회 분야는 점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취업이 주요 기준이 된 현실 속에서 인문사회학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인문사회학이 사회적 역할을 넓히며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다. 인공지능(AI)의 확산, 초고령사회, 기후위기 등 기술과 자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산적한 시대에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는 지적 기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 속에서 정부는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HUSS(Humanities&Social Science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HUSS는 단순한 취업 교육이 아닌,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타 분야와 창의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인천대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인천대는 HUSS 선도대학으로 선정돼 미래형 융합 교육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와 협력해 ‘지식을 콘텐츠로 만드는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다. 영상, 라디오, 온라인 콘텐츠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배운 지식을 표현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천대는 학문적 연구역량과 젊은 인재를, 시청자미디어센터는 방송 장비와 제작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HUSS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정보기술(IT), 미디어, 경영 등과 협업하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콘텐츠는 지역문화 활성화와 공적 소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이 단순한 취업 프로그램도, 대학 홍보 사업도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 청년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지적 공론장을 만들고 인천 사회의 문제를 인문사회적 시각에서 탐구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기적 실험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읽는 인문학을 넘어 표현하고 실천하는 인문학으로 나아가려는 시도이며 콘텐츠를 통해 지역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공유한다면 공동체 결속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고 도전이다.
인천대는 HUSS 사업을 통해 문화중개융합인재 5천명 양성이라는 야심찬 중장기 목표를 설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인천시민과 지역언론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지방정부, 시민단체, 기업 등이 함께하는 ‘개방형 거버넌스’가 구축된다면 HUSS 사업은 더 굳건해질 것이다. 단기 성과보다 인문사회학 고유의 깊은 사고와 성찰을 존중하는 장기적 교육 설계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인천대 HUSS 사업은 대학과 미디어가 만나고 청년과 시민이 협력하며 교육과 현장이 연결되는 실험적 사업이다. 인문사회학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향한 이 발걸음 속에서 인천 청년들의 꿈은 더욱 구체화될 것이다. 그 꿈은 곧 지역의 미래를 바꾸고 대한민국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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