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광복절 경축식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뉴라이트’ 역사 인식 논란이 시민사회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사퇴 촉구로 확산되고 있다.
26일 독립기념관 노동조합에 따르면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역사·시민단체들은 지난 15일 김 관장의 경축식 발언 이후 관장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김 관장은 이날 독립기념관 관장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앞서 김 관장은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 경축식에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발언하면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가치를 축소하는 ‘뉴라이트식 역사관’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특히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역사·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역사독립군 국민행동’은 지난 20일부터 관장실을 점거하고 관장직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전날에는 외부 일정을 마치고 독립기념관에 복귀하는 김 관장의 출근길을 막아서며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김 관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하며 “김 관장의 발언은 뉴라이트의 핵심 주장으로 독립운동을 깎아내리고 독립투쟁을 헛수고로 치부하는 말이다. 이 대통령이 ‘독립 선열들의 명예를 지키는 일은 우리의 큰 책임’이라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독립기념관 노동조합 역시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김 관장의 경축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국민 통합과 역사 성찰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독립기념관 노조는 김 관장이 “광복은 연합국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발언한 것과 “광복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같은 시각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식민지 국가들을 마치 강대국들이 선물하듯 해방시켜준 것처럼 왜곡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다양한 역사 해석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립기념관의 설립 취지인 ‘독립정신’과 맞지 않는 해석을 정당한 시선처럼 포장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김 관장은 광복절 이틀 뒤인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축사는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며 언론이 일부 문장만 의도적으로 인용해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왜곡 보도가 이어질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민·형사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독립기념관 직원들에게는 전날 입장문을 전달해 “독립기념관장의 경축사를 곡해한 일부 언론의 편파 보도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안겨드리게 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를 전했다.
다만 관장실 점거 농성에 대해서는 “불법적 방법”이라고 지칭하며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합세해 장기 농성을 지원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반발했다.
이어 “다가올 2027년 8월 15일은 독립기념관 개관 4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준비 작업에 전념해왔다. 남은 임기 동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독립기념관 노조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독립기념관 직원이 약 130명인데, 노조에 소속돼 뜻을 같이하는 직원이 95명이다. 관장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내부에서도 인식하고 있고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장관직 사퇴가 아닌 대국민 사과를 요청하는 바”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장님께서는 서울 출장을 간 것으로 알고 있다. 전날 직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전달된 메시지는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관장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될 당시에도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그는 “독립운동을 벌여 국권을 되찾으려 했던 것”이라며 맥락이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광복회는 반발하며 김 관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광복회가 불참한 가운데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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