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행정안전부 경찰국 폐지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했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의 뜻에 따라 2022년 8월 2일 출범했던 경찰국은 3년 만에 물러났으며, 현판을 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10초에 불과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경찰 지휘·인사 통제를 명분으로 설치된 경찰국은 신설 이후 줄곧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왔고 경찰 내부의 반발과 사회적 갈등을 촉발시켰다. 이번 폐지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치경찰제 실효성 강화라는 기조 속에서 단행됐다.
경찰국은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 당시 행안부 직제 개정으로 신설됐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과 치안감 인사 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이는 곧 경찰 조직을 정부의 통제 하에 두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대규모 반발이 일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와 일부 간부들은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시도"라며 집단행동까지 나섰다. 심지어 현직 총경이 삭발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학계와 시민사회 역시 "검찰 출신 대통령이 경찰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경찰 조직에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찰국 신설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대통령령 개정 방식이 활용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경찰국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였다.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단계적 검토를 거쳐 26일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을 공포·시행하며 경찰국을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경찰국 폐지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대선 공약 실천의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약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도로 실현된 사례는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또 앞으로 단행될 경찰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경찰국 폐지 이후에도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자치경찰제 균형 발전, 예산·인력 문제 해결 등 구조적 과제가 산적하다.
경찰개혁은 단순한 조직 문제를 넘어 국가 권력 구조와 직결된 사안이다. 이번 경찰국 폐지가 이재명 정부 개혁 과제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할지, 혹은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지는 앞으로의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경찰국 현판 제거·사무실 폐쇄…근무자 16명 원대복귀
26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12층에 위치한 경찰국 사무실 현판은 철거됐다. 불과 3년 만에 설치와 폐지의 전 과정을 겪은 것이다. 경찰청은 "이제 경찰청장이 책임지고 조직을 이끌어가야 할 환경이 마련됐다. 현장 경찰들도 기대가 크다"고 밝혓다.
경찰국은 정부청사 12층에 있는 3개 사무실을 통합 사용했다. 근무자는 경찰 파견 인력 12명, 행안부 공무원 4명 등 16명이었다. 사무실은 명패를 떼기 전 근무자가 모두 짐을 치운 상태였기에 사무 집기만 놓여있었다.
경찰에서 파견 온 인력은 원대 복귀했고, 경찰국에서 일했던 행안부 공무원들도 자치분권제도과로 돌아가 자치경찰 업무를 맡게 됐다. 그동안 경찰국이 담당하던 경찰 인사 관리,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임명 제청, 자치경찰 지원 업무 등은 모두 재조정됐으며 인사 관련 권한은 삭제되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 인사에 개입할 수 없게 됐다.
행안부 3과 소속이었던 경찰국은 출범 당시 경찰대 출신은 1명뿐이어서 '경찰국'이란 이름의 무색함을 남겼었다. 경찰국은 지난 3년 동안 모두 5명의 경찰국장이 거쳐 갔다. '밀정 의혹'을 받았던 김순호 전 치안정감이 초대 경찰국장이었으며, 마지막 경찰국장인 남제현 치안감은 자리에 온 지 불과 6개월 만에 국장 자리를 떠나게 됐다.
윤호중 "경찰국 설치과정 등 각종 의혹 규명 뒷받침할 것"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설치한 경찰국이 3년 만에 폐지된 데 대해 "경찰국 설치 과정의 문제부터 부당한 인사 처벌, 내란 사태에서 경찰국의 역할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26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출범 당시부터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강한 우려와 비판에 시달려 온 경찰국이 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며 "권력 분립과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반드시 이행돼야 할 핵심 과제로, 대통령의 약속이자 행안부 장관인 저의 약속이기도 했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로써 12·3 내란의 진정한 종식과 경찰 조직 정상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며 "앞으로도 경찰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민주적 통제를 실질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드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취임 이후 속도감 있게 경찰국 폐지를 추진했고 비로소 그 마침표를 찍었다"며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에 발맞춰 경찰이 오직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국민의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련된 지원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노조 "경찰국 폐지 환영…역사 전환점 될 것"
정부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폐지와 직제 개정안을 의결하자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경찰청 노조)는 즉각 환영성명을 냈다.
경찰청노조는 경찰국 폐지 개정안이 의결된 19일 '경찰 독립성 보장과 정치적 중립 강화를 위한 경찰국 페지를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윤석열 정부가 신설한 경찰국은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직접 통제를 제도화해 경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대표적 사례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찰국 폐지를 계기로 경찰 내부의 인사·조직 운영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전문성과 현장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공약으로 천명했고, 이번 결단은 그 약속을 지키는 의미 있는 조치다. 경찰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 앞에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여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국 폐지를 계기로 경찰 내부의 인사·조직 운영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전문성과 현장 중심으로 이뤄질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적 기능 강화를 통해 국민 중심의 경찰 체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경찰은 결코 특정 권력의 하위 기관이 아니다. 경찰의 존재 이유는 오직 국민과 법 앞에 충실히 서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언론사설 "경찰국, '경찰 독립' 시계 거꾸로 돌렸다"
동아일보는 25일 <결국 문 닫은 경찰국…'경찰 독립' 시계 거꾸로 돌린 3년> 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정치권력의 경찰 장악' 논란을 불러일으킨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26일 공식 폐지된다. 정부는 여러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행령을 고쳐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였다. 다수의 경찰서장이 모여 반대 성명을 발표하자 참석자들을 징계하거나 좌천 인사를 냈다. 경찰의 반발을 힘으로 누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어 "경찰국에는 총경 이상 간부에 대한 임용 제청에 관여할 수 있게 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고 3년 동안 경찰국장을 지낸 4명은 모두 경찰의 2인자급인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뒤 요직을 맡아 실세라는 점을 입증했다"며 "일선 경찰은 경찰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고, 권력은 경찰국에만 입김을 넣으면 되는 구조가 됐다"고 꼬집었다.
사설에서는 "경찰국이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인 의혹들도 제기되고 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경찰국 신설은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던 경찰 통제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음성적으로 경찰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돼 경찰 독립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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