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금융투자업계가 한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제조업 종목의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로봇·AI 등 새로운 주도 업종이 부각되고 있다.
◇국회 단독 처리…노동계 “역사적 성과”
24일 여당 주도로 열린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은 재석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개정안은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원청 기업을 교섭 대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노동 3권 사각지대를 줄이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역사적 성과”라고 평가했고, 화섬식품노조도 “오랜 염원의 결실”이라며 환영했다.
◇증시 부담 가중…“상단 제약 요인”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증시에 부정적 파급을 경고한다. 국내 산업 구조상 제조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노조 교섭력 강화가 장기적으로 증시 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투자자 이탈의 촉매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외국인 자금은 더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직격탄…외국인 매도세 가속
노동집약 산업인 자동차·철강·건설 업종이 즉각 반응했다. 25~26일 ▲KRX자동차(-0.17%) ▲KRX철강(-0.28%) ▲KRX건설(-1.16%)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외국인도 4개월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26일 오후 2시 10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4984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현대건설·KT&G 등 대형주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됐다.
◇로봇·AI 수혜주 부상
반면 로봇 업종은 수혜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였다. 노조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기업 수요가 자동화 투자 확대를 자극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이틀간 9% 이상 올랐고, 두산로보틱스(4.88%), 나우로보틱스(22.36%), 로보티즈(20.73%), 클로봇(12.67%)도 급등했다.
AI·지주·금융 업종도 상대적 수혜가 기대된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제조업보다 AI·콘텐츠 등 규제 영향이 적은 업종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돛으로 바람을 조절하듯 유연한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기업 활동 옥죄기” vs “노동권 강화”…정책 보완 과제
노사·정치권의 평가는 극명히 엇갈린다. 노동계는 ‘노동권 강화’라는 진전을 강조하는 반면, 경영계는 기업 경쟁력 위축을 우려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기업 활동 위축과 해외 이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여론을 반영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입법이 한국 경제에 ‘노동권 강화’라는 성과를 남길지, ‘기업 활동 제약’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할지는 향후 정책 보완 과정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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